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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나는 지금 네가 보고 싶어'

입력 | 2001-06-15 18:41:00


□나는 지금 네가 보고 싶어

□ 조민희 지음 윤문영 그림

□ 160쪽 7000원 계수나무

“아버지 난 누구에요?” 라는 광고 문구가 히트한 일이 있다. 청소년들에게 자기 정체를 발견하는 일이란, 내적 성숙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굉장한 시험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롤러 블레이드 소녀’ 은아가 그렇다.

은아는 유복자인 자기를 낳느라고 ‘가족과 전쟁을 치렀다’는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 때문에 골칫거리인 자기를 낳고 키우면서 좋아하던 그림까지 포기했을까.

은아의 단짝인 위니도 그렇다. 멀쩡한 이름 놓아두고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의 이름인 ‘위니’로 불러달란다. “누구나 자기가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불릴 권리는 있으며, 이름이란 부르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고 위니 자신의 것”이라나.

단짝 사이에 위기가 닥치는 것은 소심한 위니가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사랑’에 먼저 눈을 떴기 때문이다. “네가 롤러 타고 달려가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 지 알아? 나는 영영 너를 붙잡을 수 없을 것 같단 말야. 롤러를 내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거라면, 그게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도 내버릴 수 있잖아.” 어떻게? 은아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도 잃지 않고,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고만 생각했는 걸….

사춘기 소녀들이 세상과 우정에 눈떠가는 과정, 자기정체성을 정립해가는 과정이 한 편의 잘 편집된 영화처럼 선명하다. 은아 나이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권하지만, 어른들도 아이들의 세심한 심리묘사와 상큼한 위트를 즐기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이니까.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들이 ‘깜짝 출연’ 한 재치있는 삽화에도 눈길이 간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