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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속초시민들 금강산 육로관광 반발…"설악산도 연계 개발을"

입력 | 2001-06-15 18:56:00


현대아산과 북한측이 금강산 육로관광계획에 합의하면서 1000억원에 달하는 도로공사비용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원 속초시민들이 설악산 관광산업의 침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박영수(朴榮洙) 속초 장재터마을협의회장 등 속초시 설악동 도문동 주민대표 5명은 15일 환경부 등을 방문해 △불필요하게 설악산국립공원에 묶인 도문동 등 일부지역을 국립공원에서 제외시킬 것 △설악산-금강산 연계개발계획을 세울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그동안 설악산과 금강산을 연계개발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이뤄진 것이 없다”며 “최근의 금강산 개발계획은 남의 자식을 살리려고 내 자식을 죽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조경식(趙慶植) 속초시의회 부의장도 “설악산은 각종 개발규제 정책 때문에 관광시설이 낙후되고 개발부지마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사 직전에 놓인 설악산을 외면하고 금강산을 개발할 경우 설악산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관광업체들이 도산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설악산 집단시설지구의 경우 건폐율 60%와 함께 3층 이하로 건축규모가 제한돼 신축은 고사하고 필수적인 부대시설 유치도 어렵다”며 “층수제한을 완화하고 70년대 위락지구로 계획한 설악동 D지구를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부의장에 따르면 79년 설악산 공원개발계획에 따라 속초시 설악동 집단시설지구에 호텔 3개, 여관 79개, 식당 등 부대업소 280여개가 들어섰으나 각종 규제로 경쟁력을 상실해 지금까지 14개의 여관과 20여개의 상가가 문을 닫았다.

설악산국립공원 입장객수도 93년 386만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어 99년 304만명, 지난해에는 309만명에 머물렀다. 속초시 관계자도 “설악산은 각종 규제로 인해 개발이 어려워 즐길거리 볼거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립공원 중 보존가치가 없는 지역을 개발하는 방안이 활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강릉 관동대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과 강원도 발전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설악산은 위락관광, 금강산은 생태관광지로 설정해 연계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제안이 나왔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난 24년 동안 묶여 있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편 속초 양양 고성 환경운동연합의 이광조(李光祖·36) 사무국장은 “점봉산 일부지역을 설악산국립공원에 편입하는 등 공원 전체 면적에 변화가 없다면 도문동 등을 개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간여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설악산 집단시설지구의 건축조항 완화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