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는 15일 이달 초 영해를 침범한 북한 상선이 우리 해군 및 해경과 교신한 내용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의 보좌관 오모씨를 소환 조사키로 했다.
▼관련기사▼
- "政爭에 이용위해 국가비밀 누설"
그러나 한나라당과 박의원 측은 이에 불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소환 불응〓박 의원은 이날 “오후 5시경 김필수 기무사령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오 보좌관을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소환 조사하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그러나 민간인인 의원 보좌관을 군 수사기관이 소환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오 보좌관은 2급 비밀취급 인가증을 갖고 있고, 합참 실무자가 의원회관으로 찾아와 사건 경위를 보고했을 때 필요한 부분을 필기해 두었다가 상임위 활동 자료로 활용하려 했을 뿐”이라며 “기무사가 일상적인 일을 가지고 소환 조사하겠다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희석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오 보좌관에 대한 소환조사 통보사실을 보고받고 당과 박 의원에게 “소환에 응할 이유가 없으며, 분명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입장〓기무사측은 일단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기무사는 오 보좌관에게 교신내용을 구두 보고한 합참 실무자 주모 중령을 조사 중이다. 기무사는 또 이를 보도한 모 신문 기자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기무사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불응 방침에 대해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계속 소환조사에 응해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록 비밀취급 인가증을 갖고 있다 해도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며 “기밀을 누설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는지 등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여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당연히 검찰에 기소해야 하는 게 기무사의 임무”라고 말했다.
▽관련 법규와 처벌 사례〓군사기밀보호법 상 군사기밀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1, 2, 3급 비밀로 등급을 구분한다. 북한상선과의 교신기록은 3급 비밀로 분류돼 있었다.
이 법은 ‘우연히 군사기밀을 알게 되거나 점유한 자가 그 정을 알면서도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가 군기법으로 처벌된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 민주당 유삼남(柳三男) 의원의 보좌관도 모 신문에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로 마무리됐다.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