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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와 놀아나다]최양락의 '알까기'

입력 | 2001-06-16 13:52:00


최양락이 알까기 시범을 보여준다지요? 네~

에서 최양락이 직접 알까기 시범을 보인다. 그동안 출연진들의 알까기 중계만 해오던 명해설자인 그가 이번엔 직접 나섰다. 얼마나 잘 까는지. 네~~ 지켜 보지요.

장소는 마치 비밀집회를 연상할 법한 지하 전당. 돌로 만들어진 탁자하며 형형색색의 비단옷차림이 범상치 않다. 아닌게 아니라 꼭 사이비교주처럼 보이는 최양락. 어린 제자들은 다소곳이 앉아 사부의 시범을 진지하게 주시하고 있다.

자못 엄숙한 표정의 최양락사부. 일타이득~ 엄지까기~ 누워서 알먹기~ 그야말로 알까기의 고난이도 타법에 도전하기 위해 현란하게 손을 움직이며 준비운동을 시작하는데.

본격적인 알까기에 들어선 사부는 과연 어땠을까? 세상에나 이런 망신이 없다. 치토스 따조 알들을 거의 자살로 내몰고야 말았지요 네에. 해설할 때는 못 깔 알들이 없는 듯 의기양양하던 그가 어이없이 허물어지고야 만다.

어허 제자들 앞에서 위신이 안서는 사부. 망신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다시 심기일전. 손가락 두 개로 푸쉬업을 하며 내공을 쌓는다. 언젠가는 까고 말거야.

역시 알까기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뻔히 예상대로 흘러가는 건 재미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게 바로 알까기의 참다운 묘미. 최양락이 현란한 시범을 보여주리란 기대를 여지없이 깨버리고 만다. 해설자라고 알 잘 까란 법 있어? 이렇게 슬며시 눙치면서 망가진다.

알까기열풍의 진원지는 의 '뉴 닷컴배 알까기 명인전'에서 출발한다. 바둑대국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알까기는 지극히 단순한 게임이다. 자기 바둑알 튕겨서 상대방 알을 바둑판 밖으로 몰아내면 된다. 여기에 게임의 단순함을 뛰어넘으며 다채로운 색을 입히는게 바로 최양락의 해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특유의 발성과 억양은 바둑기사 윤기현 9단이 자주 사용하던 것. 붙이면 까라(붙이면 젖혀라), 중앙으로 까서(중앙으로 뛰어서) 등 바둑용어를 패러디해 조언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최양락이 남긴 촌철살인의 유머만 해도 부지기수. 이문세의 '아침에 알을 까면 대국료를 500원 할인해주는 '조조알인' '아직 깔 줄 모르잖아요' 배철수의 '세상 모르고 알깠노라' '송알매' 이외수의 '황금알 비늘' '벽오금알도' 알까기의 세계에선 뭐든지 알로서 말하고 소통한다.

알까기 개그는 묘한 복합성을 지닌다. 최양락은 일차적으로 대국자들을 웃긴다. 알까기는 일종의 '앞다마 까기'다. 그들의 지난 이력을 슬몃 빗대어 한껏 비틀고 장난을 친다. 대국자를 먼저 웃겨놓고 웃음을 참아내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를 나중에 웃긴다. 한 단계 과정을 거치며 웃음이 전이된다. 게다가 말하지 않고 알만 까는 대국자들의 형태는 마치 심리 슬랩스틱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알까기가 까는건 알이 아니라 근엄함과 권위의식이다. 연예계의 톱스타나 저명인사를 불러 우스꽝스러운 놀이를 시켜놓구선 대단한 것인양 떠벌린다. 엄숙한 표정을 지을수록 조롱의 강도도 높아진다. 대국자들은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희화 시키는데 온몸을 맡겨야 한다. 운명은 최양락의 손아귀에.

최양락의 코미디는 남다르다. 세상 살아가는 모습과 이치를 꼭 유머에 끌어당긴다. 무리하지 않는 정통 유머를 구사하면서 웃긴다.알까기는 그 진수다. 사람들의 삶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그의 내공을 봐라.

이런 날을 상상해본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인사들을 불러 알까기 한판 벌이는 날. 알도 까고 속닥하게 앞다마도 까고, 네~~~ 여러분 어떻습니까아?

김이진 AJIVA77@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