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총생산(GDP)의 23∼26%에 이르던 건설업 비중이 지난해 17%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는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몇 년 안에 10%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건축허가 면적은 지난해보다 14% 가까이 줄었으며, 100대 건설업체 중 39개가 화의나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이 결과 건설인력은 최근 3년 동안 40% 이상 줄어 기술개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지경이다. 21세기 한국건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하여 어떤 좌표를 세우고 무엇을 실행해야 할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첫째, 건설업을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40층 구조물을 지을 경우 국내의 공사기간은 33개월로 미국의 18개월에 비해 월등히 길다. 건설비도 상업용 건물의 경우 미국보다 50% 이상 비싸 경쟁력이 떨어진다. 공사기간의 장기화는 각종 건설허가 제도의 문제점 외에 기존의 건설공법이나 설계에 안주하는 기술자들의 구태의연함도 원인이 되고 있다. 공사기간을 지금보다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 및 기술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지금이야말로 기술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 상황은 기술개발만 뒷전으로 밀린 게 아니라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선진기술을 습득한 경험 있는 엔지니어들이 속속 떠나면서 기술단절 현상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 초고층 건축물이나 플랜트 등의 수주는 더욱 어려워지며, 경기가 좋아져도 보유기술이 없어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셋째, 신건설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2002년부터 국내 대부분 대학의 건축교육은 세계화를 구실로 급속히 변화해 건축설계와 공학이 분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국내의 특성을 도외시한 채 외국의 제도만 따라가는 국적 없는 교육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공학과 설계를 통합하거나 건설, 기계, 전자,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건설 융합기술을 위한 한국형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건설교통부의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 건설업이 미래의 주축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건교부의 변신이다. 업계를 이끄는 형태보다는 효율적으로 서비스하는 건설지원부로 바뀌어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신기술 창출이 보다 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건설 대연합회를 구성하자. 건설업계는 교육 중심의 학회, 설계 및 엔지니어링 회사와 시공 중심의 건설협회로 양분돼 있다. 건설협회는 다시 기업 규모별로 나뉘어 단체마다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하다. 이들을 연합하는 조직체 구성이 시급하다.
국내 건설업은 지난 세기에 뛰어난 성과를 올렸지만 이러한 업적만으로 21세기에 적응할 수는 없다. 21세기 지식산업으로 거듭나고 국가경제의 중추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건설인이 합심해 지금까지와는 의미와 가치가 전혀 다른 신건설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급히 그리고 조직적으로 대변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성우(한양대 교수·건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