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너무 길다…/선 채로 기다리기엔/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금강산에서 만난 남과 북의 사람들이 가슴 뭉클해하며 들은 노래다.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이 만들고 부른 노래. 문병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그 김원중이 북녘땅에서 직접 기타를 치며 그 노래를 불렀다. 견우와 직녀의 사무치도록 슬픈 사랑 이야기, 그 전설보다 지독한 분단조국 남북 사람들의 고통과 비극….
▷주말까지 열린 금강산 행사의 정식 이름은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2001 민족통일 대토론회’. 남과 북에서 240개 단체, 직업도 생각도 다른 760명(남측 420명 북측 340명)이 모인, 분단이후 최초의 본격 민간교류였다. 우리쪽에서 ‘이적단체’ 논란이 사라지지 않은 한총련 범청학련 범민련에서도 참가했다. 통일연대 인사들도 보수의 상징인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대표들과 나란히 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민간주도 행사인 만큼 매끄럽지 못하고 삐걱거리기도 했다. 통일연대 인사 6명이 속초에서 방북 불허 통보를 받고 돌아서기도 했다. 북에서는 이를 트집잡아 남측 재향군인회 두명을 행사에 못 들여보낸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른바 ‘남남 갈등’이 대표단 안에서 불거져 의견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이 앞장서는 것과는 다른 감동과 뿌듯함이 엿보였다.
▷‘외세가 물러나야 통일이 되는 게 아닙니까’(북) ‘미국은 남쪽 사람들의 생존기반인 가장 큰 시장 아닙니까. 그 시장이 닫히면 당장 금강산관광도 불가능해집니다’(남) ‘국방백서에 아직도 북을 주적으로 삼는다면서요?’(북) ‘북쪽 군대도 삼팔선에서 적을 향해 겨누고 있기는 마찬가지 아니오. 다 그런 것 없애고 화해 통일하자는 과정 아닙니까’(남) 이런 저런 논란, 논의가 꼬리를 물었다. 그러면서도 감격과 공명의 나눔이 있었다. 노래처럼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을 다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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