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찌든 농민들을 위로하듯 반가운 비가 내렸다. 그러나 가뭄을 해갈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한다. 한국의 자연 환경은 몇 달만 비가 안오면 가뭄이 들고,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홍수가 난다. 가뭄과 홍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해마다 되풀이된다.
지금은 가뭄으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지만 이제 보름 정도만 지나면 예년처럼 어김없이 홍수가 찾아올 것이다. 홍수는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로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온 나라의 국력이 물을 구하기 위해 땅을 파고 있는 순간에도 장마비는 소리없는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단체나 지역 주민의 반발에 의해 영월댐(동강댐) 건설 계획 자체가 무효화됐다. 다가올 물 부족 사태를 예견하면서도 동강에 댐을 세우지 못한 것은 물 부족 해결, 홍수조절 등의 경제적 논리보다 이 댐이 건설될 때 수몰돼야 하는 자연적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환경단체의 결사적인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영월 동강의 모습은 어떠한가. 동강 보호 논리와는 걸맞지 않게 이 지역은 행락지로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흐른다고 한다. 이러고도 환경파괴가 무서워서 댐을 건설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통할 수 있는가. 매년 반복되는 재해를 환경을 볼모로 방관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 민 숙(대전 동구 홍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