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KAL) 여객기 괌 추락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뒤 10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에서 의문의 변시체로 발견된 손선녀씨(27·여) 사건과 관련, 손씨의 미국인 남편은 손씨 사망 직전 별거상태에서 손씨 집에 무단침입해 손씨를 폭행 협박한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경찰은 손씨가 ‘심장마비’로 자연사했으며 남편 숀 마이클(32)은 손씨 사망시각에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가 성립된다는 등의 이유로 추가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테네시주 녹스빌카운티 한인회와 손씨 유족, 현지 언론들은 타살 의혹이 짙다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애틀랜타 주재 한국총영사관측은 현지 검찰과 경찰을 방문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한국정부의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대한항공(KAL) 여객기 괌 추락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뒤 10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에서 의문의 변시체로 발견된 손선녀씨(27·여) 사건과 관련, 손씨의 미국인 남편은 손씨 사망 직전 별거상태에서 손씨 집에 무단침입해 손씨를 폭행 협박한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경찰은 손씨가 ‘심장마비’로 자연사했으며 남편 숀 마이클(32)은 손씨 사망시각에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가 성립된다는 등의 이유로 추가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테네시주 녹스빌카운티 한인회와 손씨 유족, 현지 언론들은 타살 의혹이 짙다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애틀랜타 주재 한국총영사관측은 현지 검찰과 경찰을 방문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한국정부의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남편의 협박과 마약거래〓손씨는 이달 5일 별거상태인 남편이 자신의 집을 무단침입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돈과 귀중품을 빼앗아 갔다며 남편을 상대로 ‘접근금지 명령’을 녹스빌카운티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은 8일 손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남편에게 ‘접근 및 학대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남편은 6일 오후 자신의 차량에 마약성분이 포함된 금지약물 ‘자넥스’ 한 박스를 싣고 가다가 적발돼 마약소지 및 공급 혐의로 체포됐으며 2500달러의 보석보증금을 내고 석방됐다.
부검 결과 손씨 시체에서도 신경안정제 계통의 금지약물이 다량 검출됐다. 이 약물이 남편이 갖고 있다가 적발된 것과 같은 것인지 여부는 이번주 정밀 부검 결과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경찰의 소극적 수사와 한인회 반발〓손씨의 변호인인 도나 스미스 변호사(여)는 “손씨의 남편은 시체 발견 당일 현장에서 경찰의 몇 가지 ‘질문’을 받은 것 외에는 단 한번의 소환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손씨 사망 후에도 시체 발견 현장인 손씨 집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수영장을 치우고 골프연습을 하는 것이 목격됐다.
이에 대해 녹스빌카운티 한인회장 신철수씨(50)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국 전역의 한인회와 연합해 주정부와 연방정부에 항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현지 지역방송인 발런티어TV는 손씨 사건을 매시간 주요뉴스로 방송하면서 사망원인에 의혹이 많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애틀랜타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김동연 영사가 15일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국정부의 의견을 전달한 데 대해 이곳 검찰과 경찰은 “법적 제약 때문에 의심만 가지고 함부로 수사할 수는 없으며 다만 새 증거가 나타나거나 유족측이 고소를 하면 재수사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sooh@donga.com
▼현장상황으로 본 타살 가능성▼
▽손씨의 시체 발견 현장과 타살 의혹〓손씨의 시체는 10일 오전 11시53분(한국시간 11일 오전 0시53분) 손씨 집 수영장 관리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시체는 물이 가득 채워진 2.6m 깊이의 수영장 밑바닥에 가라앉은 채였다. 왼쪽 눈 위, 이마에 큰 혹을 비롯해 2, 3군데 타박상과 멍이 있었다.
11일 실시된 부검결과에서는 손씨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045%로 나타났으며 ‘벤조디지팜’이라는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물이 다량(+4 수준) 검출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손씨가 술 또는 약물을 과다 복용한 상태에서 새벽에 혼자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손씨가 새벽에 수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녹스빌 날씨는 낮에는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며 후텁지근하지만 새벽에는 에어컨을 끄고 자야 할 만큼 서늘하다. 또 손씨는 죽기 직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외부출입을 극도로 삼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전날에는 우편집배원이 등기우편물에 대한 서명이 필요하다고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두려움 때문에 나와보지 않았다고 이웃집 주민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