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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총재 국정현안 인터뷰]"NLL침범은 도발"

입력 | 2001-06-17 18:41:00


《6·15 남북 공동선언 1주년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서로 다르다. 한나라당은 “선언 자체는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이후 1년의 남북관계는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민주당은 “남북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보고서도 그런 악의적인 평가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부터 만나 보았다. 다른 현안들에 대한 얘기도 곁들인 인터뷰는 17일 여의도 당사 총재실에서 이뤄졌다.》

-북한 선박의 영해 및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북한은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요.

“북한이 성실하게 남북대화나 협력을 할 뜻이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의 기대는 남북이 신뢰를 구축해서 평화를 찾자는 것인데, 엉뚱한 도발로 이를 깨는 것은 남북 화해와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사실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남북 화해 및 협력의 직접 수혜자는 북한인데, 오히려 여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몇 차례의 장관급 회담, 경의선 복원 약속 등도 중단됐거나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긴장완화나 평화공존의 조치는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해 침범에 대해 한나라당은 교전규칙에 따랐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럴 경우 무력 충돌과 같은 다른 문제는 없었을까요.

“영해나 NLL 침범은 남북간 화해 분위기를 깨는 도발행위입니다. 북한 선박에 대해 무작정 총격을 가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경고하고, 정선시키고, 검색하고, 필요할 경우 나포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70만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정전 상황에선 안보 차원에서 원칙대로 강하게 대응하고, 화해 차원에선 성의 있게 대화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북 상선에 무력을 행사했다면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이는 상식에 어긋난 얘기입니다. 영해 침범과 같은 도발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는 우리 당이 ‘반북(反北)세력’이라면 영해 침범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세력인지 묻고 싶습니다.”

-군 당국이 북 선박과의 교신 내용을 공개한 것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라고 함에 따라 이른바 국민의 ‘알 권리’와의 상충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있습니다. 군 기밀의 범위는 ‘알 권리’의 영역을 최대한 넓히는 데 필요한 최소한으로 한정해야 합니다. 또 그 내용을 누설했을 경우 안보를 실질적으로 명백히 위협한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번 교신 내용은 이런 요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은 독자적인 대북 정책도 없이 비판만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남북 관계는 화해와 협력의 바탕 위에서 열어가야 합니다.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야 합니다만, 포용의 목적과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포용의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긴장완화, 상호교류, 인권 문제를 포함한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포용의 원칙은 상호주의 준수, 대북정책의 투명성 확보, 대북지원의 검증 등입니다. 국제 협력관계 구축, 특히 한미간 공조의 틀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이것이 곧 우리 당의 대북정책입니다.”

-남북한간 격차가 현저한 상황에서 ‘상호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곧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닌지요.

“우리가 주장하는 상호주의는 전략적 상호주의, 선택적 상호주의, 유연한 상호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용정책의 목적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인 만큼 대북지원도 평화를 위한 조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잘한 일입니다. 남북 화해·협력과 포용정책에 동의한 것이나, 북한이 성실하게 나오면 제재를 풀겠다고 한 것도 올바른 방향입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실제로 답방할 것으로 봅니까.

“남북간 신뢰 구축을 위해 답방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쪽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데 이쪽에서 ‘와주쇼’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의 답방이 되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경제 지원이나 얻고, 북측의 통일전략의 일환으로 온다면 곤란합니다.”

-여야 영수회담을 먼저 제의할 생각은 없습니까.

“꼬인 문제를 풀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면 내가 먼저 제의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지금은 과연 만나서 국민이 원하는 결론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시기를 봐야 할 것입니다.”

-당 일각에선 국가보안법 개정을 위해 크로스보팅(자유투표)을 하자는 소리도 있는데….

“지금 보안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영해 침범 사태에서 보듯 북한의 변화 조짐이 없는데 보안법 개정 논의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크로스보팅도 당론이 없다면 몰라도 ‘보안법 개정 불가’라는 당론이 있기 때문에 맞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의 국가혁신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국가혁신위가 그릴 큰 그림은 무엇입니까.

“21세기 선진화 시대에는 어느 지도자도 그동안 안주해 온 제도와 관행으로는 (국가를 이끌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경제는 아직도 관치 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시장경제 본연의 모습을 찾는 식의 ‘새 모델’을 찾아가자는 것입니다.”

-공권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하게 하면 과잉이라고 하고, 약하게 하면 무능하다고 합니다.

“법과 원칙을 지킨다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측이나 시위를 하는 측이나 순리적인 절차를 밟고 법의 한계를 지켜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 예로 여경들에게 계란을 던진 것은 지나친 행동입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도 많이 나오는 모양입니다만 정권 유지를 위한 불건전하고 반역사적인 정략적 접근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