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검거령에 항의, 13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연대 소속 수천명이 서울 중심가 차도와 인도를 메운 채 시위를 벌여 거리를 완전히 마비시켰다.
대학로 종로 을지로 등 간선도로가 온통 차와 사람으로 뒤엉켜 옴짝달싹도 못하는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일대 상가는 대부분 철시한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 부상자도 적지 않았다. 모처럼 주말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과격시위에 불안해하고, 교통혼잡에 불편해하며, 무더위에 짜증나는 3중고에 시달렸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고 벌써 몇 달째 상습적으로 주말 시위가 벌어지는 종로 일대 상인들은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며 업소를 팔겠다고 내놓는 경우가 늘어났다. 상인들은 그간 여러 차례의 과격시위 때문에 매출액이 급감하는 등 피해를 봤다며 단위원장과 민주노총을 상대로 2000만원대의 배상도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의 권익 요구에는 철저하면서도 함께 어려운 소시민 상인들의 권익은 아랑곳하지 않는 일부 단체들의 시위문화에 대해 시민들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시위대들이 경찰에 신고한 대로 질서있게 행동하지 않고 공공시설물을 파손하고 도로를 마비시켜 시민생활에 불편과 고통을 주는데 대한 생존권적 맞대응인 셈이다.
종로 상인들의 이런 대응이 아니더라도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짜증을 유발하는 불법시위는 이제 지양할 때가 되었다. 이미 우리 시민들은 자기의사 표시를 위한 노동단체 등의 합법적 시위는 용인하는 시민의식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일부 시위대가 극렬시위를 계속한다면 결국 합법적 의사표시의 장은 변질되고 시위문화 역시 차원 낮은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주말 도심시위는 그런 의미에서 노동계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은 집회였다. 형집행정지기간 중 10여차례의 시위, 파업을 주동한 혐의로 검거령이 내려진 단위원장을 보호하려고 서울 중심가를 수시간 동안 완전 마비시켜 시민들의 원성을 산 것은 ‘투쟁전략’으로도 현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단위원장을 검거하려는 정부의 처사가 민주노총을 와해 내지 무력화시키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고 우리는 본다.
경찰도 집회신고를 받을 때부터 퇴근시간 등을 고려하여 도심교통이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대비를 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찰의 책임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