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서해상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군 작전예규 교전규칙 등 종합개선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북측의 막무가내식 영해 및 NLL 침범에 우리가 사실상 백기를 든 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서해 42.5마일, 동해 218마일에 이르는 넓은 수역을 완벽하게 지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해군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번 종합개선안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과 시기, 그리고 정부 당국의 원칙 없는 대북(對北) 자세다.
사실 북한이 ‘NLL 무효’를 주장해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부는 여태껏 ‘NLL 변경 불가’를 강조하다가 이달 들어 북한 상선이 잇따라 NLL을 침범하고 여기에 소극 대응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부랴부랴 종합개선안이란 것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NLL은 지난 40여년간 한반도의 특수한 분단 상황에서 그어진 것으로 그동안 우리 군이 사수해온 것이다. 그런 NLL에 변경이 필요하다면 그에 앞서 남북간 대치 현실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남북 화해협력이 상당 수준 제도화되고, 군사적 신뢰구축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때 비로소 NLL에 대한 변경을 얘기하는 게 순서다. 이번처럼 북한의 도발에 떠밀려 스스로 NLL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가의 주권과 체통을 저버리는 처사다.
최근 정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안보관은 참으로 걱정스럽다. 일례로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은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에 우리 군이 소극 대응했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발포하면 나라 경제가 붕괴된다’고 했다. 과장된 논리다. ‘적극 대응’하자는 것을 꼭 발포, 곧 전쟁이 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설사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경제 붕괴만 걱정이고 안보 붕괴는 괜찮단 말인가.
국군기무사령부가 북한 상선과 우리 해군간의 교신내용을 유출한 야당 의원 보좌관을 소환 조사하겠다는 발상도 유치하다. 우리측이 북측 배에 사정조로 나가줄 것을 설득한 그 교신내용이 과연 ‘국가기밀’에 속하는지부터가 의심스럽다. 교신 내용은 북한이 다 아는 내용인데, 누구에게 기밀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무릇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정부 여당은 NLL상 작전예규를 바꾸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