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연대파업으로 산업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평소 노무관리를 잘한 기업들은 ‘파업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 기업은 △경영정보 공유 △성과배분 실천 △원활한 의사소통 등으로 노무 업무를 선진화하는 데 힘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노조 존중으로 노사화합 구축〓LG전자 노조는 최근 회사가 브라운관 사업부문을 떼어내 네덜란드 필립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계획에 대해 흔쾌히 동의했다.
이달 말 브라운관 사업이 분사되면 노조원 1만2000명 가운데 4000여명이 줄게 된다.
파업에 따른 주요 사업장 피해현황
회사
피해규모(매출손실)
여천NCC
533억원(연관업체 133억원 포함, 5월 16일이후 파업)
효성
439억원(5월25일∼6월10일)
아시아나항공
하루 10억원(파업 6일째)
고합
하루 3억8000만원(파업 6일째)
태광산업
하루 40억원(파업 6일째)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LG전자 한만진 상무는 “경영정보를 노조측과 공유하고 근로자들의 애로에 귀를 기울인 것이 노조 협조를 얻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90년대 초까지 만성적인 노사분규에 시달렸던 현대하이스코(옛 현대강관)도 노사간의 존중과 협력으로 한때 40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을 160%로 낮추는 등 경영 위기를 극복했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노조는 복지비용을 반납하고 ‘무교섭 임금협상’을 선언했다. 회사측도 이에 화답해 최고경영자(CEO)가 매년 4차례 이상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주 생산 매출 등 경영실적을 설명하고 있다.
89년 영국 BP사와 삼성이 합작해 세운 삼성비피화학의 경영전략회의에는 사원대표가 참석해 임원들과 함께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이익배분제와 생산성 인센티브제 등을 통해 경영성과를 직원들과 나누는 시스템도 갖췄다.
행남자기는 매출액의 1%를 사원 자녀들의 학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후생 복리에 신경을 써 노조가 설립된 이후 30여년간 한차례도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았다.
▽“파업은 회사 노조 공동책임”〓올해 대표적인 분규 사업장으로 떠오른 효성 울산공장과 여천NCC의 경우 회사측 대응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여천NCC의 한 노조원은 “쟁점이 된 성과급 문제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일 정도로 심각한 사안은 아니었는데 감정 대립으로 번지면서 사태가 복잡하게 꼬였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고 노사간에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풍토가 불신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파업 피해액의 10분의 1만큼만 노조에 신경을 썼더라도 극한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경영진도 다른 기업의 모범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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