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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정상회담]"첫 만남서 협력 선언하다니…"

입력 | 2001-06-17 18:41:00

'EU 반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16일 첫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우호적으로 진행된 데 대해 미국과 유럽 언론은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미-러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17일자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며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처럼 첫 정상회담에서 기대치를 현저하게 뛰어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어 양국의 건설적인 새 출발이 두 정상이 밝힌 것처럼 순수한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이번에 대체적인 윤곽만 발표된 양국간의 협력관계가 과연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날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기간 중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 러시아 정책을 유화적이라고 비판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종전의 입장에서 선회해 푸틴 대통령과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 등 다른 미 언론도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스파이 사건과 관련한 외교관 맞추방,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둘러싼 대립 등으로 줄곧 갈등관계에 있었던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돌연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맞은 것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러시아의 민주적 개혁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 푸틴 대통령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말한 러시아와의 동맹은 군사적 동맹이나 정치적 동맹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한편 영국의 BBC 방송은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개인적인 우호관계를 쌓고 상호 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초석을 발견했다며 이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회담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ligius@donga.com

▼공동기자회견 요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첫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다음은 공동 기자회견 요지.

▽미사일방어(MD) 체제〓냉전 종식 이후 세계가 새로운 시대적 상황을 맞이한 만큼 MD체제를 포함한 세계 전략문제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부시).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여러 현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푸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파기〓허심탄회하게 앞으로 해당 부처와 전문가를 통해 대화를 계속하자(부시). 1972년 양국간에 체결된 ABM 협정은 현재도 세계 안보를 지탱하는 초석이다(푸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확대를 찬성하며 기대한다(부시). NATO는 군사조직이며 러시아 국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이유가 뭔가(푸틴).

▽경제현안〓러시아와의 경제적 유대를 발전시키기 위해 폴 오닐 재무장관과 돈 에번스 상무장관을 모스크바에 파견하겠다(부시). 양국간 경제협력의 상징이 바로 공동 원유수송관이며 미국의 재계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길 희망한다(푸틴).

▽개인적인 친분〓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출발이었으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 기쁘다(부시). 양측의 입장 차이가 한순간에 극복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건설적인 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푸틴).

stern100@donga.com

▼美-러 정상 개성 뚜렷▼

러시아 이즈베스티야지는 16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행성에서부터 서로를 만나기 위해 온 외계인들”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내용 요약.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푸틴대통령은 스스로가 모든 결정을 내리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정통하기를 원하는 일 중독자로 오전 10시 이전에는 출근은 물론 어떠한 회동도 갖지 않는 ‘부엉이’다. 반면 부시대통령은 세밀한 부분보다는 전략적인 문제를 선호하는 규율 잡힌 인물로 오후 10시에는 잠자리에 드는 ‘종달새’다.

△종교적일 정도로 유도를 숭배하는 푸틴대통령은 매일 업무에 들어가기 전 30분 동안, 그리고 일과 후에도 가끔 이튿날 오전 1∼2시까지, 상대방이 쓰러져야 그만둘 정도로 유도를 하며 수영과 스키를 즐긴다. 야구와 카드놀이를 좋아하는 부시대통령은 아령과 조깅을 즐긴다.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출신인 부시대통령은 자기 사람들로 구성된 좋은 팀에 대한 관리자 역(役)을 선호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법학부 출신인 푸틴대통령은 엄격히 말하자면 누구도 믿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역시 “나쁘더라도 내 사람(상트페테르부르크대 출신)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시대통령의 종교에 대한 믿음은 그의 가치관과 분리될 수 없으며 그의 보수성 역시 신앙에 기초하는 것이다. 그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의지는 일종의 절대악인 이른바 깡패국가에 대응하기 위한 자기 신앙의 일부다. 푸틴대통령은 러시아 정교와 가족관을 신봉하면서도 자기 의지대로 실천하는 자유주의자다. 탈 소련의 현실은 그에게 ‘힘’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믿음과 실용주의를 가져다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