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15일 1조6000억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에 성공함으로써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제 과제는 1년치 정도의 여유자금을 갖고 회사를 어느 수준까지 정상화시키느냐는 것. 액면가를 밑돌고 있는 주가도 이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단기적으론 차익거래가 변수〓전문가들은 주가가 당분간 DR 발행가격인 3100원과 15일 현재가인 41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DR을 인수한 해외 기관투자가들로선 굳이 비싼 원주를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 경우 인수한 DR 물량만큼 원주를 내다파는 차익거래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외국인은 최근 닷새간 3060만주를 순매도하는 등 이미 차익거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론 반도체 경기에 좌우〓하이닉스 회생의 관건은 D램 가격 반등을 통한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다.
세계 반도체 경기 회복 시기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하이닉스가 이번에 외자 유치로 벌어놓은 1년여의 시간 안에는 회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하이닉스가 유치한 자금으로 설비와 연구에 투자, 경쟁력을 높인다면 외국인의 장기투자를 유도해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이번 하이닉스의 외자유치가 반도체 경기의 회복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하이닉스가 자금난으로 인해 대량의 D램을 내놓아 세계적으로 공급 물량을 늘린 것도 D램 가격 하락의 한 원인이 됐다”면서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D램 가격의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주식수는 부담〓하이닉스의 발행주식수는 이번 DR 발행으로 현재의 2배 가량으로 늘어난 셈이다. 따라서 주당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게다가 DR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물량 부담으로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이번 해외DR 발행분이 한꺼번에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 이번 DR을 인수한 해외 기관들은 대부분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곳인데다 외국인들은 원화 표시의 주식보다는 달러화 표시의 DR 보유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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