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만 집중 좋은 성적 낼겁니다"
올해 45기 국수전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기사는 모두 5명. 유창혁 9단을 비롯해 조한승 4단, 최철한 3단, 박정상 초단 등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는 기사들 사이에 낯선 이름이 하나 눈에 띈다. 권오민 2단(21).
그는 45기 예선에서 안영길 4단, 이성재 6단, 유재형 4단 등 강자를 상대로 6연승을 거두며 본선에 올랐다.
95년 입단한 권 2단은 그동안 평범한 기사로 분류돼왔다. 본선 진출은 98년 박카스배가 유일했으며 지난해 성적도 21승 19패로 반타작하는데 그쳤다.
주위에서는 권 2단이 ‘기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재주’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창호 9단도 감탄한 사활의 대가. 그가 만든 창작 사활만 300개가 넘는다. 권 2단의 스승인 권갑룡 6단은 “상식의 허를 찌르는 사활 문제를 만들어 내는 특이한 재주가 있다”고 말했다. 한 때 바둑계에서 화제가 됐던 ‘손을 대면 오히려 죽는 사활’도 그의 작품.
또 권 2단은 바둑 기사 중 게임의 최고수로 불린다. 스타크래프트도 준프로급 수준이고 게임 벤처업체에서 게임 개발에 참여할 정도로 게임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국수전 본선 관문을 뚫은 것은 4월부터 충북 충주에서 올라와 자식 뒷바라지를 해준 아버지 때문. 권 2단의 아버지는 아들이 게임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바둑 공부를 하도록 독려했다. 권 2단은 “제 입단 소감이 ‘국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바둑에만 집중해 좋은 성적을 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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