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스톤 등 '빅3' 합의
인터넷 바둑업계의 '뜨거운감자'인 사이트 유료화가 최근 급진전되고 있다. 특히 네오스톤, 넷바둑, 오로 등 인터넷 바둑시장의85%를 점유하는 '빅3'가 최근 '9월1일부터 동시 유료화한다'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국기원이 주요기전의 인터넷 생중계권을 독점하지 않고
각 사이트에 골고루 분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유료화 성공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5만명만 유료 성공하면 업체들 적자 탈출 기대
현재 10여개가 넘는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가입된 회원 수는 모두 약 250만명. 하지만 중복 가입된 숫자를 뺀 실제 온라인 바둑 인구는 약 100만∼1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최근 한국기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이트를 유료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약 20만명 정도가 유료 회원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 회비 1만원으로 가정할 때 시장 규모는 연간 240억원 정도.
업체들은 유료화 초기 단계에선 이용 인구의 5% 정도인 5만명이 유료 회원으로 전환해 월 5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3∼4년 동안 무료에 길들여진 이용자들이 유료 회원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적자에 시달려온 인터넷 바둑 업체들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유료화를 실시한 대쉬바둑의 경우 총 회원 10만명 중 약 1000여명이 유료회원으로 돌아서 ‘절반의성공’을거둔것으로알려졌다.
그러나 바둑 사이트의 유료화가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것은 바둑 사이트의 주요 서비스인 ‘대국실 제공’이 사이트마다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
만약 한 업체만 앞장서서 유료화할 경우 회원들이 대거 다른 사이트로 이동해갈 것이 뻔해 서로 눈치만 봐왔다. 넷바둑의 한 관계자는 “하지만 ‘빅 3’가 동시 유료화로 가면 회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업체간의 미묘한 특성의 차이도 장애 요인.
최대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네오스톤은 대국실 이용을 유료화하는 대신 생중계나 강좌 등을 먼저 유료화하는 단계적 유료화를 주장하고 있다.
네오스톤 관계자는 “이용자가 무료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전면 유료화로 갈 경우 인터넷 바둑 이용자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등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며 “생중계와 같이 돈이 될만한 아이템부터 유료화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이블채널 바둑TV와 제휴해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넷바둑과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은 오로는 전면 유료화를 주장하고 있다. 넷바둑 관계자는 “유료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콘텐츠를 다른 회사와 나눠 가질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문용직 4단은 “현재 기원 등 오프라인 바둑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바둑이 전체 바둑계를 활성화시킬 유일한 대안인 만큼 인터넷 바둑업체의 수지타산을 위해 최소한의 유료화는 꼭 필요하다”며 “하지만 팬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