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가뭄을 이기려는 민관군의 협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름을 싣어나르는 유조화차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16일 오전 11시 경북 봉화군 소천면 임기리 영동선 임기역에는 기적을 울리며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 있었다.
철도청이 물부족으로 모내기를 하지 못하는 이 일대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멀리 부산정비창에서 유조화차에 지하수를 싣고 온 것.
철도청이 이곳 물사정을 알게된 것은 15일자 A7면 동아일보에 게재된 한 독자의 글을 접하면서.
경북 봉화군 춘양면 출신인 장순식씨는 이 날자 ‘독자의 편지’에서 “태백산 자락인 경북 봉화군에서는 수십리 떨어진 강바닥에 웅덩이를 파고 물을 끌어오기에 바쁘고 면사무소 직원들은 모두 들에 나가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그런데 며칠전 어느 욕심많은 농민이 도랑을 막아 자기 논에만 물을 대자 면장이 그를 설득하며 눈물을 훔쳤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손학래(孫鶴來)철도청장 등은 이날 오전 이 글을 접하고 긴급간부회의를 열어 “고산지대에도 철도가 운행되는 만큼 유조화차를 지원하자”고 결정하고 이를 투입키로 한 것.
이날 임기역에 도착한 유조화차는 모두 9량으로 부산정비창에서 세척을 거쳐 450t을 싣고 오전 3시에 출발했다.
대전정비창에서도 15량이 물을 싣고 경북 김천시 어모면 경북선 두원역으로 출발했다.
이날 임기역에서 기다리던 농민들은 유조화차에 연결된 호스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자 일제히 “물,물이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철도청 관계자는 “이날 공급한 물은 7200여평의 논에 50㎜의 비가 내린 효과와 맞먹는 량”이라며 “해갈때까지 고지대를 중심으로 지원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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