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정부정책을 자주 비판해온 자유기업원에 대해 후원기업 명단을 제출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형만(李炯晩)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17일 “재정경제부 관계자가 최근 우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직원명단과 정관, 결산서, 후원기업 명단을 알려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재경부가 자유기업원의 주무관청인 만큼 정관이나 직원명단 등은 알려줬지만 공식문서로 요청한 것도 아닌데다 정부측에 알려줘서는 곤란한 사항도 있어 후원기업 명단 공개는 거부했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게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재단법인에 대한 인가권이 정부에 있고 감사도 할 수 있다”며 “출자자나 이사 명단을 요구한 것은 최근 자유기업원 관계자들의 발언이 출자자 등의 뜻에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경부의 이같은 처사는 자칫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막기 위한 ‘월권(越權)’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자유기업원은 지난달 민병균(閔丙均)원장 명의로 “정부가 참여연대나 민주노총과 합세해 한국사회를 국정파탄의 궁지로 몰아가고 있으며 좌익이 더 이상 국정을 농단하지 못하게 우익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시장경제와 그 적들’이란 제목의 e메일을 기업회원사와 후원인, 언론사 등에 보낸 바 있다. 또 이 부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들려고 하는 신문고시(告示)가 시장경제 원리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신문고시 추진의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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