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를 이끄는 양대 축인 진념(陳稔)경제부총리와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은 ‘원칙’이란 말을 즐겨 쓴다.
진 부총리는 “장관직을 두루 거쳤는데 경제관료로서 무슨 욕심이 더 있겠느냐”며 “경제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고 명예로운 퇴진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또 “최소한 내가 부총리로 있는 한 경제정책에 정치논리가 끼여들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4·13 총선 직전의 정치논리때문에 후퇴했다는 ‘용감한 고백’도 했다.
전 장관도 줏대있는 경제장관으로 꼽힌다. 공공부문 개혁의 최대 걸림돌인 낙하산 인사에 항변하다 여권(與圈)의 눈총도 받았다. 전문성 없는 정치인의 ‘공기업 점령’을 꼬집은 “대차대조표도 못 보면서 무슨 사장이며 감사냐”는 말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최근 재경부와 예산처 등 각 경제부처의 움직임을 보면 이들이 강조하던 ‘원칙’이 어디로 갔는지 혼란스럽다.
작년말만 해도 건전재정을 최우선시하던 재경부는 요즘 각종 감세정책을 봇물처럼 쏟아내면서 선심성 논란을 낳고 있다. ‘감세정책을 택하려면 먼저 대체 세원(稅源)을 마련하라’고 강조하던 예산처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정부가 경기부양과 내년 양대 선거를 의식해 조세감면 확대 등 수요진작정책을 쓰면 중장기적으로 재정적자와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문제도 마찬가지. 기자는 진 부총리 등이 몇차례 추경편성에 단호하게 부정적 견해를 보인 것을 분명히 기억한다. 진 부총리는 여당측이 추경편성을 기정사실화했을 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새 추경편성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주요 경제장관들의 행보는 더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이들이 경제논리를 견지하면서 긴 안목에서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풍향에 따라 경제관료로서의 ‘소신’을 꺾을지를 많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권순활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