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최근 정부 정책을 자주 비판해온 자유기업원의 후원기업 공개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빚었다.
재정경제부가 자유기업원에 후원자 명단 제출을 비공식 요구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재계는 정부측의 새삼스러운 움직임에 다른 의도가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면 재경부는 “담당 사무관이 고유업무를 통상적으로 처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랐다.
A그룹의 한 임원은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고 보기에는 시기가 석연치 않다”며 “민병균 원장이 정부의 개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한 데 대해 정부측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이런 식의 조사가 관행으로 당연시된다면 어느 경제단체가 소신을 갖고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유기업원의 ‘큰 집’격인 전경련은 정부측을 의식한 듯 공식 언급을 자제했지만 정재계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된 시기에 재경부가 평지풍파를 일으킨데 대해 불쾌해하는 표정.
재경부 관계자는 “자유기업원은 작년 2월 전경련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자본금(기금)이 51억원에서 12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며 “관할부처로서 법 절차에 따라 재산변동상황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국장과 차관보에게 정례적인 보고서를 올리긴 했지만 별도의 지시를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자유기업원에 기금을 낸 후원자는 전경련(30억원)을 비롯해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계열사 40여곳 △중소 벤처기업 160여곳 △개인 250여명 △비영리법인 10여곳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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