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살아남아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세우고야 말겠습니다.”
‘축구 엘도라도’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뛰며 한국 축구의 새지평을 열고 있는 안정환(25·페루자)과 이동국(22·베르더 브레멘). 모두 완전이적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끝까지 살아 남아 2002월드컵을 빛내고 싶다며 각오를 더욱 새롭게 하고 있다.
20일 귀국해 휴식을 취하며 원소속팀 부산 아이콘스와 페루자 이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안정환은 “몸값이 적더라도 계속 이탈리아에 남고 싶다”는 뜻을 부산구단에 전했다.
사실 안정환은 페루자가 완전이적에 100만달러밖에 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당초 지난해 페루자로 갈 때 1년 임대 40만달러, 완전이적 때 210만달러 등 250만달러를 주겠다고 계약했는데 ‘몸값이 100만달러밖에 안된다’는 페루자의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안정환은 “내가 골을 많이 넣지 못했고 경기에도 제대로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한 평가라고 본다”며 “계속 뛰면서 몸값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지난 1년은 적응 기간이었다. 이제 나의 참모습을 맘껏 보일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며 페루자 잔류를 희망했다. 안정환의 이적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이플레이어측은 안정환의 뜻에 따라 페루자 잔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측은 생각이 다르다. 곽동원 부산 단장은 “페루자가 한국축구를 우습게 보고 있다. 안정환보다 못한 선수들도 1년 임대에 80만달러는 받는다. 당초대로 210만달러를 주지 않으면 절대 이적시키지 않겠다”며 분개하고 있다. 부산은 유럽쪽 에이전트를 통해 이탈리아를 포함, 스페인과 잉글랜드에서 안정환을 원하는 팀을 찾고 있다.
지난달 21일 귀국해 원소속팀 포항 스틸러스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동국은 사정이 안정환보다 더 안좋다. 브레멘이 임대조차도 포기하려고 했던 것. 포항이 지난달 브레멘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갖는 등 이동국의 잔류를 적극 권유하고서야 브레멘으로부터 ‘6개월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응답을 받았다. 결국 6개월 재임대로 가닥이 잡힌 것.
이동국은 “내가 보여준 게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열심히 뛰어 완전 이적하도록 하겠다”며 잔류를 희망했다. 포항은 이동국의 뜻을 살려 브레멘의 6개월 재임대 제안을 받아들였다. 임대조건은 21일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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