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조합 '세발까마귀' 어린이들이교사와 함께 쌓기놀이를 하고 있다.
“자 그만. 이제 나들이할 시간이에요.”
선생님의 한 마디에 정신 없이 뛰어놀던 아이들이 일제히 “와”하며 몰려든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수업(?)시간이다.
언뜻 시골 작은 분교의 소풍가는 날을 연상케 하지만 경기 수지지역 공동육아조합 ‘세발까마귀’(031-712-1547)의 오전수업 풍경이다.
초록이 물든 산과 들. 네 살배기 영찬이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울기도 하고, 여자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지천으로 널린 강아지풀을 뜯어 반지를 만드느라 ‘병아리’들의 나들이는 해가 중천에 와도 끝날 줄 모른다.
나들이를 다녀온 뒤의 간식시간.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 흙투성이 손을 어푸어푸 씻고 미숫가루와 오곡시리얼을 게눈 감추듯 후딱 해치운다. 간식은 주변 텃밭에서 뽑은 야채와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구입한 재료로 학부모와 교사가 직접 만든다. 앞으로는 인스턴트 식품은 쓰지 않고 유기농 식단만을 제공할 계획.
세발까마귀 같은 공동육아조합은 인가를 받아야 하고, 자격 있는 교사를 둬야 하는 점은 보통 어린이집과 똑같지만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답답한 교실에서 획일적 교육을 시키는 어린이집과 달리 자연의 품속에서 아이들을 맘껏 뛰놀게 하려는 뜻 있는 부모들이 만든 일종의 취학 전 대안학교.
그래서 반드시 자연과 가까운 곳에 터를 잡고, 부모가 일정액을 출자하는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운영이나 교육내용 등은 조합원들이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세발까마귀 조합원인 원지연씨(34)는 “여기서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하지 않아요.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며 뛰어 놀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만들어주죠”라며 공동육아의 장점을 설명했다.
공동육아에 참여하려면 먼저 기존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교육장소를 구하는 데 필요한 출자금도 마련해야 하는 등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것은 ‘내 아이만 잘 키우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키운다’는 확고한 신념.
요즘처럼 조기교육 바람이 거센 현실에서 한글이나 영어 같은 학습 프로그램도 없이 놀이중심의 교육을 하는 공동육아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을 느끼고 호흡하며, 언제나 물장난 흙장난을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부모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세발까마귀에서는 장애아 친구를 맞아들일 계획도 갖고 있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편견을 갖지 않도록,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공동육아에 대한 인식이 뿌리내리고 틀이 잡히면 이런 경험을 토대로 대안 초등학교를 세울 계획까지 갖추고 있다.
확고한 소신을 갖고 교육 문화운동을 벌이는 부모들의 노력으로, 공동육아조합이 1등만 강요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에 또 하나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손미선(33·경기 용인시 수지읍)sfreethink@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