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녀씨 의문사 사건이 미국 검찰의 재수사 방침에 따라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수사지휘 책임자인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카운티 랜디 니콜스 검사장의 ‘재수사’ 약속은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18일 오전 11시(이하 현지시간)부터 두 시간에 걸쳐 손씨의 한국 변호사 등과 열띤 토론을 벌인 결과 나온 것이기 때문.
현지 검찰은 지난 주말까지 손씨 사건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손씨의 미국인 변호사는 “이제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고 손씨의 어머니 이모씨(56)도 감격에 겨워 변호사와 한인회 간부들을 일일이 껴안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검찰 책임자의 이런 약속이 정확한 사인 규명과 범인 검거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검찰이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권은 갖고 있지만 한국처럼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경찰서장이 검사장과 별도로 주민선거를 통해 뽑힌다. 따라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희망적인 것은 경찰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8일 오후 늦게 만난 손씨의 이웃 주민은 “그동안 연락 한 번 없던 경찰이 방금 전화를 걸어와 ‘내일 목격자 진술을 듣기 위해 방문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결과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사건 발생 초기에 현장보존과 증거수집 등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단서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수영장 부근과 손씨 집 내부에 대한 현장보존과 압수수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손씨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수영장 관리직원도 행방을 감춰버렸다. 수영장 직원은 일요일에 아무런 이유 없이 손씨 집 수영장에 나타나는 등 근무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속 회사에서 시체 발견 다음날 해고됐다.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 전과기록도 있으며 사건 발생 직후 회사측의 마약검사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회사도 직원에게 마약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손씨의 변호사들은 “이제는 여론의 힘에 달렸다”고 말한다. 검찰과 경찰 모두 선거로 뽑히기 때문에 여론을 통해 압박을 가하면 좀더 강한 의지를 갖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밀부검 결과도 중요하다. 손씨 시체에서 마약성분의 약물이 검출된다면 손씨 사망 직전 마약거래 혐의로 체포됐던 손씨의 남편이 바로 용의선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오려면 몇 주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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