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을 진정한 사랑의 숙박시설로 활용할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진짜 ‘러브호텔’이 생겨날 수 있을까?
지난해 러브호텔 난립문제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단 한곳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일산신도시. 최근 국립암센터와 한국항공대가 문제가 된 러브호텔을 환자 가족의 숙박시설과 학생 기숙사로 활용하는 ‘사랑의 숙소’ 활용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개원식을 갖는 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1동 국립암센터(원장 박재갑·朴在甲) 부속병원은 10개 전문 진료센터와 500병상을 갖추고 있는 국내 최고의 암치료 시설. 하지만 장기통원 환자와 입원환자들을 늘 곁에서 돌봐야 하는 가족들이 거처할 숙소가 전무한 상태.
박 원장은 “환자가족과 장기 통원 환자들이 편히 쉬며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절실하다”며 “일산의 러브호텔 중 한곳을 이 같은 시설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암치료 특성상 장기간이 소요되고 가족들의 보살핌이 필수적이라 센터측은 숙박시설을 갖춰야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이 제기능을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산신도시 건너편인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에 자리잡은 한국항공대도 400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기숙사시설을 갖추지 못해 숙박시설인 러브호텔을 기숙사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학생들이 사용해야 하는 시설이라 러브호텔이 한두 곳에 불과한 일산구 마두동 장항동 등이 대상지역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학교측은 고양시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러브호텔 한두 곳을 매입한다면 그중 한곳을 임대해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러브호텔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고양시의 행정은 이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주민들의 거센 요구에 밀려 대화동과 마두동 등 두곳의 러브호텔을 매입하기로 한 고양시는 총 예산 84억원을 들여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양시는 84억원 중 절반은 러브호텔 난립의 일부 책임이 있다며 토지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토공측이 비용을 분담할 가능성은 전무한 상태.
또 시의회에 러브호텔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 취득안’을 제출해 놓고도 정작 필요한 예산반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러브호텔 공대위 김인숙 공동대표(47·여)는 “일산신도시의 러브호텔이 암환자와 가족,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바뀐다면 문제를 가장 아름답게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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