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의 아이타워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6632억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팔림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이번 계약 성사로 외국계 기업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앞으로 움직임이 주목된다.
▽아이타워 매매가 오른 이유〓당초 아이타워의 예상 매각금은 5000억∼6000억원 정도. 현대산업개발은 감정가를 기준으로 8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매입을 추진했던 모건스탠리, 주택은행 등은 4000억원대를 고집했다. 업계는 양측이 절반씩 양보하는 선에서 매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뒤늦게 매수자로 나선 론스타측에서 6632억원에 건축물 준공에 따른 과밀부담금 등 여러 비용을 더한 7000억원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급진전했다.
론스타는 이에 대해 “한국 경제의 전망이 밝고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데다 아이타워가 강남 요지에 위치, 충분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 숨 돌려〓이번 계약 성사로 현대산업개발은 당장 200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고, 한달내로 4000억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이방주(李邦柱)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줄여나가면 현재 240%가 넘는 부채비율이 연말에는 200% 밑으로 떨어지게 돼 재무상태가 호전되고 수익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기업, 한국 부동산 사들인다〓외국자본이 외환위기 이후 올 3월까지 국내에서 사들인 주요 빌딩은 모두 16곳, 1조2100여억원어치.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에 거래가 성사된 물량만 11곳, 1조2300여억원어치다. 이번에 아이타워가 매각됐고,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한효빌딩도 600억원대에 영국계 투자회사에 넘어가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국기업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다국적 부동산업체의 한국법인인 ‘존스 랑 앤 라살 코리아’의 김영곤 사장은 “다음달부터 가동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리츠는 소액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수백억원 대 빌딩을 매입한 뒤 임대료 등의 수입이 생기면 투자자에게 배당해주는 부동산 투자 상품.
외국계기업은 부동산을 매입할 때 적정 수준의 임대수입 여부와 함께 쉽게 매각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리츠가 자신들이 확보한 빌딩의 주고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이 매입한 주요 빌딩 현황
빌딩
위치
연면적(평)
매입자
거래가(억원)
매매시기
볼보빌딩
한남동
4,180
볼보코리아
105
1998년4월
로담코빌딩
역삼동
20,036
로담코
1,250
1999년11월
휴렛팩커드
여의도동
13,227
휴렛팩커드
700
1999년7월
서울파이낸스센터
무교동
36,200
GIC
3,550
2000년6월
아시아나빌딩
회현동
9,989
GIC
500
2000년7월
하누리빌딩
내자동
3,935
모건스탠리
240
2000년8월
은석빌딩
연지동
15,874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715
2000년11월
극동낙원빌딩
낙원동
45,510
로담코
390
2000년11월
삼도빌딩
순화동
13,143
GRA
660
2001년3월
광주은행빌딩
서린동
4,089
GRA
420
2000년12월
논노빌딩
서초동
3,633
골드만삭스
240
1999년10월
동양증권빌딩
여의도동
12,788
론스타
650
2000년12월
유화빌딩
남대문로
19,000
CDL
1,180
2000년10월
새한빌딩
명 동
5,780
웨스트브룩
280
2000년12월
대우증권빌딩
여의도동
11,670
골드만삭스
476
2001년3월
KTB빌딩
여의도동
12,065
알리안츠
750
2001년3월
아이타워
역삼동
64,305
론스타
6,632
2001년6월
(자료:한국감정평가연구원,현대건설)
jsonhng@donga.com
▼아이타워 빌딩은▼
연면적 큰 빌딩 상위 10개
순위
건물이름
연면적(평)
1
역삼동 아이타워
64,305
2
대치동 포스코빌딩
54,756
3
여의도 63빌딩
50,244
4
여의도 LG쌍둥이빌딩
47,745
5
낙원동 극동빌딩
45,510
6
남대문 대우빌딩
40,173
7
계동 현대빌딩
36,215
8
무교동 서울파이낸스빌딩
36,193
9
삼성동 무역센터
33,400
10
용산 국제빌딩
31,923
(자료:현대산업개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아이타워는 95년 착공 때부터 국내 건축물 중 연면적이 가장 커 업계의 화제가 됐다.
대지면적 3980평에 용적률(부지면적 대비 건물총면적) 998%를 적용해 지하 8층, 지상 45층, 연면적 6만4305평 규모로 지어졌다. 여의도 63빌딩은 물론 그동안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대치동의 포스코빌딩(5만4756평)보다도 1만평 이상이 넓다.
덩치가 큰 만큼 건설에 투입된 자재 물량도 엄청나다. 철골이 2만7300t으로 12t 트레일러 2275대분이 투입됐다. 건물 외벽에는 1.5×1.8m 크기의 유리가 잠실운동장의 축구장 9개를 덮을 수 있는 2만4400장이 붙여졌다.
주차장도 동시에 1330대의 승용차를 세울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주차장 승용차를 한 줄로 세울 경우 무려 6.4㎞에 이른다. 엘리베이터도 단일 건물로는 가장 많은 31대가 설치되고 에스컬레이터도 10대나 운행된다.
화상회의시스템, 음성전자교환시스템 등을 갖춰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