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일반건강]과민 대장증후군, 신경만 쓰면 아랫배가 '살살'

입력 | 2001-06-19 19:07:00


“또 시작이군.”

회사원 이모씨(39)는 아려오는 배를 양손으로 움켜쥔 채 화장실로 달려갔다. 출근하자마자 속이 더부룩해 화장실을 들락거리길 서너차례. 각종 변비약과 장에 좋다는 요구르트까지 먹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최근에는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 탓인지 수시로 설사와 변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복통까지 찾아와 여간 괴롭지 않다. 이씨의 소원은 단 하루만이라도 ‘속 편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

김씨와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다름아닌 ‘과민 대장증후군’.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20%, 국내에서도 성인 열명 가운데 한명꼴로 이 증세를 겪을만큼 흔한 질환이다.

최근 캐나다 휘슬러에서는 700여명의 소화기 내과 전문의들이 참석한 가운데 ‘과민 대장증후군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과민 대장증후군의 최신 연구 결과와 새 치료제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과민 대장증후군이란?〓대표적인 소화기 장애로 수시로 배가 아프거나 더부룩하고 변비나 설사 증세를 나타내는 만성질환이다.

특히 복통, 변비, 설사 등은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에 의해 증상이 더 악화된다. 또 선진국일수록, 사회 경제적인 지위가 높을수록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 미국의 경우 감기 다음으로 병가를 많이 내는 질환으로 손꼽힌다.

▽왜 생기나?〓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등 정신적 요인과 잘못된 식습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원인이 불분명한 질환이므로 치료도 까다롭다. 최근에는 새로운 검사법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발병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정들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중추 신경계가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으면서 과민 반응한 결과라는 것.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메이오클리닉의 까밀레리 박사는 “과민 대장증후군은 장의 운동이 비정상적이거나 감각기능이 지나치게 예민해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어떤 증상을 보이는가〓배가 수시로 아픈 만성 재발복통을 비롯, 배에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한 불쾌감, 변비 설사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변비의 경우 일주일에 3회 미만, 설사는 하루 3회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 또 갑작스러운 변기, 배변시 과도한 힘주기, 잔변감 등을 많이 호소하기도 한다. 이같은 증세가 장기화되면 가슴 통증, 피로, 우울증 등 후유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적절한 식습관이 일차적인 치료라고 입을 모은다. 매일 ‘식사일지’를 쓰면서 증세를 악화시키는 음식을 가려내는 노력을 통해 증세를 완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아울러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해소는 기본이다.

식이요법도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 가급적 유제품을 비롯해 카페인, 알코올, 인공 감미료가 든 음식을 피하고 야채나 과일 등 식이섬유가 많이 든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는 설사 변비약, 진통제 등으로 각각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대부분. 그러나 최근에는 위장관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역할이 밝혀지면서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소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젤막’은 세로토닌의 기능을 정상화시켜 위장관의 운동을 원할히 도와 과민 대장증후군의 여러 증세를 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과민대장증후군 권위자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말라겔라다 교수는 “현재까지 4500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결과 복통, 변비, 복부 팽만감 등을 감소시키는데 빠르고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