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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디밴드 크라잉넛 3집 '하수연가'로 변신 선언

입력 | 2001-06-20 18:31:00


인디 밴드의 간판 주자인 그룹 ‘크라잉 넛’이 인디의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3집 ‘하수연가(下水戀歌)를 통해 “우리는 인디를 넘어 대중 가요의 주류를 겨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음반에서 ‘크라잉 넛’은 인디 특유의 공격적이고 거친 사운드를 한층 다양화하고 세련되게 만들어 ‘록계의 H.O.T.’로 자리잡을 태세.

타이틀곡 ‘밤이 깊었네’는 기존 ‘크라잉 넛’의 이미지를 한번에 뒤엎는 충격을 준다. 부드러운 사운드와 경쾌한 리듬, 보컬 하모니, ‘지친 달을 따러 가야지’ 등 낭만적 가사로 인디 진영으로부터 “변절”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기자도 이 노래를 듣고 “‘크라잉 넛’이 뜰려고 맘먹은 게 아니냐”고 ‘크라잉 넛’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이에 대해 “‘펑크’나 인디의 고정 범주에 갇히고 싶지 않다”며 “펑크는 자유롭게 사는 태도나 음악일 뿐 정형이 없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크라잉 넛의 변신은 주류를 추종하는 기회주의가 아니라 관록을 쌓은 아티스트로의 ‘연착륙’”이라고 평가했다.

강함과 유연함이 어우러지는 사운드, 익살과 해학이 감칠맛 나게 담긴 13곡의 수록곡들은 어느 한 곡도 놓치기 아깝다.

23일 개봉될 영화 ‘신라의 달밤’에도 삽입된 ‘지독한 노래’는 여전히 ‘크라잉 넛’의 역동적인 사운드와 속사포 같은 직설 가사로 듣는 사람들을 뼈 속까지 후련하게 만든다. 더구나 이를 폴카 풍의 흥겨운 리듬과 여운 짙은 아코디언 소리로 채색한 음악의 기량도 호평을 받고 있다.

‘붉은 방’은 몸파는 여성의 슬픔을 아코디언 사운드에 담은 노래. 보컬 박윤식의 절창과 솔로 첼로의 흐느낌이 ‘크라잉 넛’류의 발라드를 짐작케 한다.

또 왈츠 풍의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나 ‘크라잉 넛’ 주연의 영화 ‘이소룡을 찾아랏’에 삽입된 ‘하수구’, 유머가 가득한 ‘코미디의 왕’ 등도 ‘크라잉 넛’이 음악적 완숙미를 뽐내는 노래.

이들은 “또래(20대)의 사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며 “아무리 X같은 인생이라지만 궁극적으로 낭만과 희망이라는 말을 타고 달리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크라잉 넛’은 1990년대 중반 인디 밴드 물결을 주도하며 두 장의 음반 ‘말달리자’‘서커스매직 유랑단’으로 추종자들을 확보해온 그룹. 특히 구미의 펑크(punk)를 흉내내지 않고 레게 폴카 사물놀이 등 국내외 다양한 장르를 ‘조선 펑크’라는 이름아래 퓨전화했다. 멤버는 박윤식 이상면 이상혁(이상 25) 한경록(24) 김인수(27). 이 가운데 김인수는 아코디언 연주자로 이번 3집부터 정규 멤버로 영입됐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