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대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인 아서 앤더슨이 잘못된 회계감사 때문에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하자 7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하고 19일 SEC측과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기업의 잘못된 회계보고서를 회계감사가 적발해 바로잡지 않은 경우 회계법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기된 것으로 합의한 벌금액 700만달러는 SEC가 회계법인에 부과한 최대규모다.
SEC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사 회계감사에 관여했던 앤더슨의 파트너 3명에게도 3만∼5만달러의 벌금과 3∼5년간 회계감사 금지처분을 내렸으며 또 다른 파트너 1명에게는 1년간 회계감사 금지처분을 내렸다.
앤더슨측은 90년대 중반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사가 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린 것을 발견, 이를 삭감하도록 권유했다가 거절당하고도 93∼96년 회계보고서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는 등회계감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90년대 공격적으로 이익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가 97년 회사측이 자금문제를 시인하고 최고경영자를 교체했으며 이 바람에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98년 재무제표를 수정, 회사 이익을 무려 14억3000만달러 삭감했으며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앤더슨측과 함께 220만달러를 보상하면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회계법인과 고객인 대기업과의 깊은 유착 및 갈등양상이 드러난 것으로 금융계에선 보고 있다.
실제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고위 자금담당자는 모두 앤더슨 회계사 출신이었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의 제인 애덤스 회계분석가는 “이번 조치는 대형 회계법인에 대한 자명종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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