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는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와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19일 회담에서 벌인 ‘경제 논쟁’이 화제였다.
당초 회담은 1시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두 총리가 구체적인 통계와 사례를 들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바람에 시간이 40분이나 초과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주 총리는 주로 한중 무역역조 문제를 거론했다. “중국산 석탄 장기구매계약 체결이나 일부상품의 조정관세 인하 등 한국측의 노력은 평가하지만 120억달러의 무역적자는 너무 규모가 크다”는 것.
이 총리는 ‘확대균형론’을 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25%이지만, 수입증가율은 40%이어서 양국간 교역규모가 커질수록 중국의 무역적자 폭은 축소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총리는 “한국산 자본재 및 원부자재에 대한 중국의 국산화 대체가 활발해 앞으로 5년 이내에 불균형이 시정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도 있다”고 말했다.
주 총리는 다시 “최근 중국산 오리고기 등 가금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 중단 조치가 너무 갑작스럽게 발표돼 당황했다”며 조속한 해제를 희망했다.
이 총리는 “그것은 통상교역의 문제가 아니라 ‘조류 독감 바이러스’ 검출에 따른 동물 검역의 문제”라고 맞받았다.
이 총리는 이어 “한국기업의 자동차 현지조립공장 설립을 허가해달라”고 요구했고 주 총리는 “중국 자동차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만큼 자동차 소비정책 등을 먼저 점검한 뒤 검토하겠다”고 피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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