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을 지키기가 가장 힘이 듭니다.”
외교통상부 외무 1등서기관 출신으로 한국축구대표팀 언론담당관을 맡고 있는 허진씨(39).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입’으로 대 언론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최대한 접촉해 정보를 얻으려 하는 언론과 최소의 접촉만을 요구하는 감독 사이에서 양쪽을 만족시키는게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과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언론과의 접촉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또 언론과 갈등관계가 형성된다. 최대한 양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사실 히딩크 감독이 원칙주의자이기도 하지만 즉흥적인데도 많아 인터뷰와 관련한 의견조율 때문에 언쟁을 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본 히딩크 감독은 솔직담백한데다 ‘뒤끝’이 없어 모두가 좋아하는 감독. 게다가 지도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 선수앞에선 절대 흥분하지않고 식사때도 선수들을 가장 먼저, 그리고 팀닥터와 기술위원 등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을 먼저 챙긴뒤 제일 마지막에 코칭스태프가 식탁에 오른다는 것. 게임에서 졌을 땐 선수들과 같은 입장이 돼 반성한다. 이때문인지 선수들도 히딩크 감독을 크게 신뢰하고 있다는 것.
85년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축구광’. 초등학교때부터 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90년 독일 연수때는 이탈리아월드컵을 지켜봤고 94년에는 미국에 부임해 월드컵을 관전했다. 98년 예멘에서 근무하느라 프랑스월드컵은 보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네덜란드에서 유로 2000을 지켜봤다. 특히 89년엔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인트라흐트클럽에서 8개월간 현대축구의 흐름에 대해 강의를 들었고 각국 리그의 주요경기들을 관람한 ‘축구전문가’. 이같이 축구에 대한 조예가 깊은데다 영어 독어 일어 등 외국어에 능통해 지난 4월 대한축구협회로 파견됐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축구를 단순한 운동경기로 생각하지만 유럽은 축구가 생활 자체이며 종교”라며 “아직도 한국에는 공짜표를 바라는 사람이 너무 많은 등 잘못된 축구문화가 있는데 이부터 바꿔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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