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당국은 해외 한국어 음란사이트에 대한 국내 이용자의 접속을 차단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 윤리위원회(정통윤)가 음란성을 이유로 접속을 차단했다고 발표한 해외 한국어 인터넷 성인방송 사이트에 여전히 많은 국내 네티즌들이 우회 사이트를 통해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관계당국에서는 우회 사이트 접근 차단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차단방법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 정통윤이 차단한 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하자 접근이 되지 않는다(사진 위). 그러나 우회 사이트에 해당 주소를 입력하자 새 창이 뜨면서 차단된 사이트가 나타난다(사진 아래).
지난 4월 정통윤이 음란성을 이유로 국내 접속을 막은 해외 성인방송은 모두 5개. 이 가운데 현재 서비스를 포기한 곳은 한곳 밖에 없다. 나머지 4곳은 정부의 검열에도 불구, 여전히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부의 접속 차단이 성공했다면 한국어 성인방송을 하는 이들 업체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하겠지만 차단이 실시된지 2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접속 차단을 피해 이들 사이트에 들어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네티즌이 많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해외 성인방송에 회원으로 가입한 네티즌들이 가장 쉽게 정부의 접속 차단을 피하는 방법은 특정 홈페이지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원하는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
정통윤이 막아 놓은 해외 성인 방송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면 '접속 권한이 없다'는 메시지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접속 차단을 뚫어주는 우회 사이트에 들어간 뒤 성인방송 주소를 입력하면 간단히 한국어 성인방송을 볼 수 있다.
우회로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통해 성인방송에 접속하면 연결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LAN이나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네티즌이라면 대부분 1분안에 원하는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하나 더 띄우고 1분만 기다리면 정부의 차단벽을 간단히 허물고 접속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우회 사이트의 존재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당황하고 있다. 정통윤 관계자는 "우회 사이트를 이용하면 성인 방송 홈페이지 차단 장벽이 너무나 쉽게 뚫을 수 있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며 "국내 ISP에 연락해 해당 우회 사이트 접속도 차단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인 해외 인터넷 방송에 접근하는 주 통로는 물론 우회로도 막아 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회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우회 사이트 운영자들이 자신들의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는 네티즌들을 위해 '우회 접근'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는 지난해 9월 자국 네티즌들이 우회 사이트를 이용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자 우회 사이트 접속을 막았지만 우회 접근 프로그램 때문에 단속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에서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이른바 '인터넷 검열'을 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이런 노력을 비웃듯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정부의 검열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우회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성인방송 사이트에 접속해 본 한 네티즌은 "사이버 세상을 감시-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종우he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