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한 박찬호가 7이닝동안 올시즌 최다인 130개의 공을 던졌다.
애리조나의 타자들이 박찬호의 공을 오래 기다리며 끈질긴 승부를 한 탓에 2-2, 2-3 풀카운트 접전이 어느경기보다 많았다. 게다가 애리조나의 하위타선인 7번 몰러, 8번 워맥이 기습번트를 시도하며 박찬호의 리듬을 끊어놓았다.
박찬호의 제구도 신통치 않았다. 경기초반 직구구속이 살아나지 않은데다 주무기인 슬러브도 날카롭게 각이 형성되지 않아 투구수만 늘어났다.
이날 박찬호 투구의 백미는 팀이 2-3으로 뒤진 6회 수비에서 나왔다. 선두타자인 3번 곤잘레스와 4번 그레이스에게 연달아 볼넷을 허용해 자초한 무사 1,2루의 위기. 추가실점을 하면 박찬호의 패배는 물론 팀의 4연패가 확실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순간 박찬호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발휘됐다. 후속타자 델루치와 핀리를 각각 삼진, 플라이 아웃으로 잡은후 2사 1,3루의 상황에서 7번 몰리를 맞은 박찬호는 이를 악물고 153km의 직구를 던졌다. 추가실점을 하면 역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각오가 담긴 공이었다. 박찬호는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에 꽉찬 체인지업을 던져 몰리를 삼진처리 했고, 바로 이 순간 왼손을 불끈쥐며 기쁨을 표시했다.
박찬호는 이날 삼진 7개를 솎아내, 통산 1000탈삼진에 8개만을 남겨놓게 됐다. 방어율은 2.73에서 2.80으로 약간 올라갔다.
최용석/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