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의 포효가 시작됐다.
고교야구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제5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가 21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화려한 개회식과 함께 막이 올랐다.
전통적으로 명승부가 많이 연출되는 황금사자기는 개막 첫날부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최고의 빅카드’로 꼽힌 올 청룡기 우승팀 덕수정보고와 무등기 우승팀 광주 동성고의 맞대결에선 덕수정보고가 6-3으로 이겼고 서울고는 개막전에서 창단 2년째인 신생팀 구리 인창고를 맞아 경기 초반 0-4의 열세를 딛고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8-7 ‘케네디 스코어’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경북고는 전국대회에 첫 출전한 안산공고를 19-1, 5회 콜드게임으로 누르고 16강에 합류했다.
▼덕수정보고-광주 동성고
예상대로 덕수정보고는 남궁훈과 왼손잡이 고광선으로 이어지는 ‘투톱작전’으로 갔고 광주 동성고는 프로야구 2차지명에서 전체 1순위로 SK에 지명된 에이스 제춘모를 내세웠다. 투수전 양상에서 틈이 벌어진 것은 수비진.
덕수정보고는 탄탄한 내야진의 짜임새로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은 반면 광주 동성고는 2개의 실책이 모조리 실점으로 연결됐다. 0-1인 1회 2사 2, 3루에서 3루수의 악송구로 2실점한 게 결정적. 3-4 1점차로 쫓아간 7회엔 포수 악송구로 추격의 리듬을 스스로 깼다.
황금사자기를 두차례(94, 95년)나 거머쥔 덕수정보고는 안정된 마운드와 파괴력 있는 방망이로 우승후보다운 모습을 보였다. 광주 동성고의 제춘모는 9이닝을 혼자 던지며 분투했지만 수비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서울고-구리 인창고
동점을 두차례나 주고받는 대접전.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만만치않을것”이란 서울고 안병환 감독의 예상처럼 서울고는 이날 인창고의 파이팅에 밀려 시종 고전했다.
인창고는 1회 3번 이정상의 우월 2점홈런과 3회 4번 박민철의 135m짜리 초대형 2점홈런으로 앞서나갔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 경험이 떨어지는 신생팀의 한계가 드러났다. 투수력 난조와 주자 플레이 미숙이 단점.
서울고는 4회 3연속 안타와 연속볼넷, 폭투로 3득점한 뒤 5회 1사 2, 3루에서 6번 김휘곤의 희생플라이로 기어코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두 팀은 2점씩 주고받아 6-6으로 다시 동점.
승부는 인창고의 어이없는 실수가 연달아 터지며 갈렸다. 인창고는 8회말 무사만루의 결정적인 찬스에서 스퀴즈 작전 사인 미스로 한 점도 못낸 뒤 9회초 2사 3루에서 투수 한승훈의 어이없는 폭투로 결승점을 내줬다. 6-8로 뒤진 9회말엔 1사 1, 2루의 동점 찬스에서 2루 대주자 조정래가 투수 견제구에 걸려 찬물을 끼얹었다.
▼경북고-안산공고
창단 2년째, 전국대회 첫 출전에 선수가 모두 14명뿐인 ‘미니팀’ 안산공고가 전통의 경북고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경북고는 마치 프리배팅을 하듯 17안타를 뽑아내며 안산공고 마운드를 두들겼다. 1회 1번부터 4타자 연속 4사구에 이어 3연속안타로 간단히 5득점. 2회에도 타자일순하며 6득점으로 대세를 갈랐다. 경북고 4번 송정운은 홈런 포함해 4타수 3안타 4타점, 5번 박영복은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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