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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졸리에 의한… 졸리 팬을 위한… '툼레이더'

입력 | 2001-06-21 18:46:00


《29일 개봉하는 '툼레이더'(Lara Croft:Tomb Raider)는 '안젤리나 졸리의, 졸리에 의한, 그리고 졸리팬을 위한' 영화다. 그만큼 이 영화는 철저히 원작인 게임 '툼 레이더'의 명성과 여배우 졸리의 인기에 의존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졸리팬'도, '게임마니아'도 아닌 일반 영화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영화. 지난해 졸리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와 같은 흡인력 있는 연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쌍권총을 마구 쏴대며 휙휙 구르고 공중을 붕붕 날아다니는 졸리의 액션을 즐기는 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오! 졸리, 오! 라라〓졸리는 게임 속의 여전사(女戰士), ‘라라 크로프트’로 변신했다. 당초 ‘라라’ 역에는 안젤리나 졸리 외에도 샌드라 블럭, 캐서린 제타 존스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사이먼 웨스트 감독이 “졸리가 아닌 라라는 생각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졸리의 모습은 게임 속의 라라가 그대로 튀어나온 듯하다.

길게 땋은 머리, 꼭 끼는 민소매 셔츠와 핫팬츠, 양 허벅지에 찬 총, 그리고 무엇보다 ‘D컵 사이즈’의 가슴을 출렁이며 달리는 졸리는 바로 라라 그 자체다. 여기에 졸리의 두툼하고 매력적인 입술은 ‘덤’.

‘15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피가 낭자한 살인이나, 선정적인 장면은 없지만 졸리의 섹시함을 기대하는 관객을 위해 졸리의 샤워 장면과 보일락말락 할 정도의 옆가슴 노출을 ‘굳이’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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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는 있어도 툼레이더는 없다?〓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라라는 아버지인 크로프트 경(존 보이트·졸리의 실제 아버지이기도 하다)이 숨겨놓은 유물에서 시계를 찾아낸다. 이 시계는 우주와 시간을 정복할 수 있는 열쇠. 이를 토대로 지구 양끝에 숨겨진 두 개의 삼각형을 찾아 짜 맞추면 시간을 통제하는 힘을 갖게 된다. 라라는 우주를 정복하려는 ‘일루미니티’ 일당이 이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저지하러 나선다는 내용.

라라에게 너무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영화 자체는 황당하고 엉성한 부분이 많다. 라라는 캄보디아에 가면 캄보디아 말을, 아이슬랜드에서는 에스키모 말을 능숙하게 구사하고 고대 문자도 줄줄 해석한다.

심지어 땅이 꽁꽁 얼어붙은 극한 추위에서 다른 사람들은 두터운 방한복 차림이지만 라라는 민소매 셔츠 위에 얇은 트렌치 롱코트만 걸친 채 홀로 날렵한 맵시를 자랑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이 영화에 혹평을 퍼부었지만 라라의 매력에 힘입어 일단 15일 개봉 첫주에는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 VS 게임〓지금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했던 영화는 모두 실패했다. 이 때문에 ‘툼 레이더’의 향후 추이와 성공 여부는 관심사다.

96년 처음 출시된 이래 5편까지 나온 게임 ‘툼 레이더’는 전 세계에서 200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라라는 수많은 잡지의 표지모델과 CF모델, 그리고 영국 정부가 선임한 사이버 과학대사로 활동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만 창작일 뿐 나머지는 게임과 흡사하다. 라라의 캐릭터는 물론, 게임속의 구도나 장면까지도 그대로 영화에 차용했다.

‘툼레이더’ 시사회에 참석한 게임평론가 박상우씨는 “게임에서 낯익은 장면들이 영화에 많이 등장해 마치 누군가 게임하고 있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과 친근감을 갖게 된다”며 “게임할 줄 아는 사람이 보면 좋아할 영화”라고 평했다.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