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과학고의 '엄마 요리교실'
2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 한국조리과학고 실습실. 하얀 모자에 가운을 입은 남녀 학생 40여명이 뜨거운 불 위에서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불기운에 실내 온도는 40도가 넘어섰지만 학생들의 열기는 이보다 더 뜨거웠다.
오늘의 요리는 햄버그 스테이크의 일종인 솔즈버리 스테이크. 다 만든 스테이크는 서로 맛을 보며 즉석 품평회를 갖는다.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갔잖아?” “야 네 건 다 탔다.”
이은미양(2학년)은 “세 시간 이상 계속되는 실습 시간엔 마치 진짜 주방장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리 잘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리대 위에 놓인 한 장짜리 조리법은 모두 영어로 돼있다. 재료도 물론 ‘Beef ground(갈아 놓은 쇠고기)’, ‘Onion chop(다진 양파)’ 등 영어 표기.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조리인을 기른다’는 방침 때문. 영어 수업 시간이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많다.
98년 10월 특성화고 인가를 받아 3학년(80명)은 졸업반이 됐다. 더 전문지식을 쌓으려는 학생들은 조리학과가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다. 바로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도 국내 대부분의 특급호텔과 산학(産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걱정이 없다. 1, 2학년은 각각 123명씩. 4대 1, 8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학생들. 중학교 때 내신성적은 상위 40% 이내.
일반 교사 외에 현장 경력 15년 이상의 전문 교사들이 4명. 이밖에 박효남(힐튼호텔), 후덕죽 안효주씨(이상 신라호텔) 등 첫 손가락에 드는 ‘맛의 달인’들을 수시로 초빙한다.
소풍 대신 지방의 향토요리를 탐방하고, 수학여행 가는 대신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 요리축제를 참관한다. 학부모들은 1년에 한 차례씩 아빠(엄마) 요리교실 행사 때 학생들과 함께 요리를 배운다.
김성호 교감은 “예전에는 가정 환경이 어려운 집안에서 요리사가 배출됐지만 학부모들 중에는 의사, 기업체 사장 등도 많다”고 소개.
아직까지 기숙사를 갖추지 못한 것이 흠. 하지만 올 연말까지는 최첨단 실습동(棟)을 겸한 기숙사를 지어 우수한 지방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다. 학생들을 요리학원에 다니지 못하게 할 만큼 자부심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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