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백지답안지와 시험거부?
경기 의정부시교육청이 최근 관내 유치원과 초중교 교사 132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교사정보소양 인증제 평가시험’을 실시했으나 교사들이 ‘능력향상과는 관계없이 서류상의 실적만 높이려는 시험’이라며 백지답안을 제출하거나 아예 시험을 거부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평가시험은 타자,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운영체제, 인터넷 등 6개 분야의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으로 돼 있다.
20일 40문항의 필기시험을 치른 A초등학교에서는 간부교사 서너명을 제외한 40여명의 교사들이 백지답안을 제출했고 B중학교에서는 10명만 응시하고 나머지는 시험을 거부했다. 30여명의 교사가 근무하는 C중학교에서는 이름만 기입한 답안지가 제출됐고 D중학교에서는 시험 대신 시험문제 풀이를 진행하기도 했다. 몇몇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교감 교장의 설득에 마지못해 응시했다. 21일 실기시험에서도 시험거부 등 파행이 계속됐다.
교사들은 사전에 충분한 연수교육도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수준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시험을 강요한 점에 가장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시험 결과를 1∼5등급으로 나눠 5등급을 받은 교사들은 재시험을 치르기로 한 점과 가장 나쁜 과목의 성적이 전체 평가등급으로 매겨지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6과목에서 1등급 받고도 한 과목에서 5등급을 맞으면 ‘5등급 교사’가 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또 “사전교육도 없이 9일 시험계획이 확정돼 11일을 전후해 각 학교에 통보됐고 18일에야 예상문제 400문항이 담긴 CD가 각 학교에 전달돼 시험준비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또 ‘인터넷상에서 ccs.sogang.ac.kr와 같이 기호로 된 호스트 이름을 163.239.1.1과 같은 32bit 숫자로 바꾸어주는 서비스는?’,‘한글 Windows 95/98에서 분산된 INI파일들에 대한 관련 정보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층적 데이터 베이스를 무엇이라 하는가?’ 등 고난도의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시험을 거부한 한 학교의 교사들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중 한 장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습법에는 공부했는지 안 했는지를 검사해 못 미치면 무조건 벌을 주는 방법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기를 복돋아 주는 두 가지가 있다. 교육청은 교사들에게 앞의 방법을 쓰는 것 같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시험에 응한 박모 교사(44·여)는 “시험에 다소 불만은 있었지만 교사 신분으로 무작정 시험을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험일정이 촉박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교사 개인의 능력향상을 위한 것인데 문제가 있다면 고쳐나가면 되지 아예 시험을 보지 않으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사들도 정보화교육을 위해 지적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전성연(全成連·60) 교수는 “시험은 교육 주체가 피교육생들의 성과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결과물만 강요한 교육청의 책임이며 교사정책에 완전히 실패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교육실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 주관 연수, 학교별 연수, 자율연수로 나뉜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한번에 10일간 총 62시간 이상 컴퓨터 그래픽, 홈페이지 제작, 인터넷 정보검색 등 14개 분야별로 상중하 등급으로 나눠 신청자를 접수한다. 주로 방학에 교육하고 평가한다. 경기도에는 5만9000여명의 교사가 있지만 올해 연수목표는 5000명선. 학교별 연수는 전문가를 초빙해 수시로 열린다. 자율연수는 지원을 받아 각자 각 기관에서 연수하는 것이다.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