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최고경영자(CEO)들이 더 이상 뒷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명감을 갖고 경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자.”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CEO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와 사회에 무언가를 요구하기에 앞서 CEO가 솔선해 시대 변화를 이끌자.”
20일 밤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 CEO 포럼’ 창립총회.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10개조로 나뉘어 CEO의 역할과 포럼의 진로 등에 대해 1시간 동안 분임토의를 한 뒤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포럼의 공동대표인 곽만순 가톨릭대 교수는 “외환위기의 책임 중 상당부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전문경영인에게도 있다는 자성에서 출발한 모임”이라며 “활발한 토론을 통해 기업과 주주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정책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포럼의 진로〓한국CEO포럼은 대기업 외국계기업 금융기관 중소벤처기업 대표와 학자 등 134명으로 출범했다. 전문경영인이 주축이 됐지만 윤석금 웅진닷컴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회장,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 등 오너경영인도 참여해 ‘경제단체’로서의 대표성을 갖췄다.
포럼측은 7월 중순경 ‘한국의 구조조정과 CEO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워크숍을 수시로 마련해 경제현안에 대한 회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했다. 의견이 모아지면 대정부 건의와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는 계획.
일단 포럼의 출발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최측이 놀랄 정도로 참석률이 높았고 토론 분위기도 뜨거웠다.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격려사에서 “전문 경영인들의 응원단장이 되겠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더욱 고무된 모습.
한 CEO는 “기업지배구조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포럼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CEO는 시간관리가 생명인데 한국에서는 장례식장 방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며 “이런 문제도 논의했으면 한다”고 이색제안을 하기도 했다.
▽제6의 경제단체로 뜰까〓CEO포럼의 출범은 오너의 주장이 재계 여론과 동일시돼온 기존의 흐름을 바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정부-재계(오너)-노동계로 구분돼온 경제계 판도에서 CEO포럼이 자리를 잡으면 노사정 3자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설 때 절충 또는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 최초의 ‘전문경영인 단체’가 출범한 데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중심의 단체를 중심으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축하사절을 보내지 않은 게 대표적인 예.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공동대표인 윤병철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차별화에 신경을 쓰되 전경련 등 다른 경제단체와도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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