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채권금융기관에 부실기업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입법을 추진하는데 대해 변호사단체와 법원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변호사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그동안 법원이 주도해 오던 기업의 도산절차가 법원의 권한 밖에서 이뤄지게 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 도산에 대한 사법권의 침해”라고 주장했다.서울변호사회는 또 “여야는 이 법안에 당연히 의견을 표명해야 할 법원과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전문가 단체인 변호사단체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입법과정에 절차상의 잘못이 있다”고 비난했다.
또 서울지법 파산부 이형하(李亨夏)부장판사는 법관 전용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대부분 은행들의 대주주가 정부인 상황에서 이 법이 시행되면 부실기업들이 정치논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은행관리를 받게 된다”며 “이것이 바로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이달 중순 여야 3당의 합의로 임시국회에 제출돼 7월중 시행예정인 이 법은 부실기업의 채권단협의회가 법적 강제력을 갖는 의결권을 갖고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신청과 파산, 화의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에 대해 서울지법 파산부의 한 판사는 “이 같은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지 최근에 알게 됐다”며 “금융기관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에는 법원이 판단해야 함에도 법으로 사적 합의를 강제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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