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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IN&OUT]‘서세원쇼’ 찍히면 죽는다?

입력 | 2001-06-22 16:35:00


원조교제설 때문에 발끈했다는 서세원 아저씨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KBS 2TV의 ‘서세원쇼’다. 얼마 전부터는 같은 시간대에 맞붙은 SBS의 ‘두남자쇼’에 시청률에서도 밀린다는데 난 정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 남편이 연예인이면 난 절대‘서세원쇼’못나가게 할 꺼다. 뜨고 싶어 나갔다가 망가져서 돌아오기 일쑤니까…

그래도 꼭 ‘서세원쇼’에 나가고 싶다면 조용히 앉혀놓고 몇가지 주의를 단단히 줄 꺼다.

◆ “서방님~ 약점 잡히지 마시와요…”

서세원 아저씨는 자신의 토크쇼에 게스트를 초대해 얘기를 나눠야 하는 호스트인데, 프로그램을 지켜보면 이건 도무지 게스트를 초대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서세원 아저씨한테 약점 하나라도 잡히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백번이고 천번이고 무시당한다. 서세원 아저씨한테만 무시당하는 게 아니라 같이 출연하는 동료들에게까지 왕무시 당한다. 친함을 빙자한 왕따는 더 무섭다. 동료의 세세한 약점까지 고자질하는 연예인이 대접받는 게 ‘서세원쇼’의 진행법칙이다. 그래서‘서세원쇼’를 통해 뜬 사람도 많지만 바보된 사람은 더 많다. ‘서세원쇼’는 기본적으로 그런 바보가 있어줘야 진행이 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 “서방님, 시킨다고 다 하지도 마시와요…”

‘서세원쇼’는 토크쇼의 탈을 쓴 버라이어티쇼다. ‘서세원쇼’ 나가서 진짜 토크만 하고 들어온 사람 몇이나 되나? 하다못해 춤, 노래, 안되면 억지 개인기라도 선보여야 집에 보내준다.“말은 서세원 아저씨가 잘 하니까 게스트들은 나와서 몸으로라도 웃겨라!”는 작전인지… 이번 주‘하리수 스페셜’만 해도 하리수, 별 거 다했다. 정말 할 줄 아는 거 다 한 거 같다. 시끌벅적 그 난리를 쳤건만 정작 하리수에 대해 감동도 재미도 느낄 수 없었다. ‘여자보다 예쁜’ 인형처럼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있는 하리수가 불쌍하기까지 했다. ‘두남자쇼’를 보니 하리수는 말도 잘하고 나름대로 재치도 있는 것 같은데 ‘서세원쇼’에선 그저 하나의 구경꺼리일 뿐이었다.

◆ “서세원 아저씨께 무조건 딸랑딸랑 하셔야 해요…”

‘서세원쇼’의 주인이 서세원 아저씨여서 그런지 서세원 아저씨한테 잘 보인 출연자는 실수를 해도 귀엽게 포장되지만 밉보인 출연자는 그날, 완전히 망가진다. 서세원 아저씨는 확실히 이홍렬 아저씨와는 다르다.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기본적으로 출연자들에게 모두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홍렬 아저씨와는 달리 서세원 아저씨는 좋고 싫음이 너무너무 분명해 보인다. 한번 찍히면 끝이다. 개인기로 중무장하고, 웃긴 얘기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서 서세원 아저씨의 총애를 받아야 한다. 안 그럼 시청자가 보기에도 안쓰럽게 당한다…

‘서세원쇼’는 현재 거의 유일한 호스트의 이름을 건 토크쇼다. 하지만 그 실체는 ‘찍히면 죽는다!’ 혹은 ‘공식 왕따 탄생쇼’다. 막 나가야만 재미있다는 요상한 주문에 걸린 듯, 게스트의 진물을 뽑아먹는‘서세원쇼’… 안그래도 심사가 불편할 서세원 아저씨에겐 안됐지만 이번 기회에 주변을 좀더 애정어린 시선으로 볼 줄 아는 호스트가 됐으면 좋겠다.

이거 살벌해서 어디 TV 보겠냐고요…

조수영 sudat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