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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골프파문 군내분위기]"군으로선 할만큼 했다"

입력 | 2001-06-22 16:50:00


북한상선이 영해를 처음 침범한 2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3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일제히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군내 분위기가 흉흉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22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병정놀이 정도로 생각하느냐"며 군 수뇌부의 해임과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고, 여당 내부에서도 문책론이 대두하고 있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국가 안보에 관련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우려를 제기하도록 행동한 데 대해 자성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은 방미 중인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이 귀국하는 대로 정확한 진상에 기초해 수습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골프는 체력단련 운동"  "상선 대책 할만큼 했다"  "정쟁 희생물 삼지말라"

이런 가운데 군 일각에선 "도대체 군을 어디까지 흔들어 대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의 소리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군의 특수성도 모른채 군 골프를 민간사회 통념의 잣대로 재어 군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 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장성들은 "그래, 나도 그날 골프 쳤소"라며 오히려 손을 들고 나오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전국에 군 골프장이 26개인데 그날 골프 친 장교들만 따져도 족히 1000명은 넘을 것 이라며 골프장에 있었다고 옷 벗어라고 한다면 그날 골프를 친 장교 전원이 옷을 벗어야 한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군 관계자들은 "일반 사회에선 골프가 사치스런 운동으로 통하지만 군에선 영내 대기 겸 체력 단련"이라고 강조했다. 군 골프장은 1인당 골프요금이 몇 천원에서 많아야 2만원 수준으로 바깥나들이 하는 것보다 비용이 싼데다, 가족과 떨어져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군인들에겐 일종의 비상대기의 연장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2일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 때도 군으로선 할 일을 다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날 저녁 7시반까지는 초기대응단계로 위기상황이 아니었고 이후 위기조치반이 가동된 뒤에는 군 수뇌부가 골프를 중지하고 작전지휘 및 상황대기에 들어갔다는 것.

조영길(曺永吉)합참의장이 공관에서 작전을 지휘한 데 대해서도 군 관계자들은 "통상 지휘관은 대대장급 이상만 돼도 주선(主線) 2개선과 예비선 등 3개 통신선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며 "합참의장이 보유한 통신선 횟수는 비밀이지만 공관은 모든 지휘통신시설이 갖춰진 지휘소"라고 말했다.

이들은 "합참의장이 마치 집에서 놀면서 지휘한 것처럼 매도하는데 조의장은 가족과도 떨어져 혼자 공관에서 지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상 지휘관은 결심이 필요한 시기, 또는 전 참모가 집합해 통합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만 상황실에 위치하는 것"이라며 "그날 조의장이 상황실에 갔다면 오히려 많은 인원들이 소집돼 작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연합사령관은 2∼3주나 되는 여름 휴가를 위해 가족과 함께 미 본토로 떠날 때 통신용 블랙박스 하나만 들고 간다"면서 "장소와 상관없이 지휘관과 긴급연락체제만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 바로 '통신축선'의 개념" 이라고 말했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