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회담 결과에 대해 국방부측은 “군사분야의 대북정책을 조율한 대단히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회담은 양국이 상호이해의 폭을 넓힌 자리로 만족했을 뿐 어떤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재래식 군사위협 문제, 한국이 주도?〓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재가동해 추진하되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회담과정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뉘앙스는 컸다.
김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이 재래식 군사위협 완화문제를 무장해제로 판단할 수 있고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연계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앞으로 한미간에 점진적 단계적 접근방식을 모색하되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에 이해와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
결국 한국은 남북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대로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남북간 문제로 풀겠다는 희망을 피력했고, 미국도 한국의 입장을 감안하겠다는 정도의 의사표시일 뿐 이에 합의한 것은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회담 성과를 부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한미군, 변화 없을까?〓럼스펠드 장관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는 ‘윈-윈(2개 전쟁 동시승리)전략’의 폐기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주한 미 육군 1개 여단의 철수나 경량화, 공군기지 축소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의 국방정책 재검토 결과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 많은 얘기들이 있었으나 이런 우려를 씻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한미군에 변화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재래식 군사위협 문제를 북-미대화의 의제로 삼겠다는 미국의 구상도 결국은 주한미군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여건 조성을 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상선 대응 평가〓럼스펠드 장관은 회담 말미에 김 장관으로부터 북한상선의 영해 침범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조치를 듣고 공감을 표시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 군의 대응을 놓고 미온대처 논란이 끊이지 않아 곤혹스러웠던 국방부로선 럼스펠드 장관의 ‘무언의 공감’에 꽤나 고무된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주한미군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의연하고 지혜로우며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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