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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군 수뇌부 문책하라

입력 | 2001-06-22 18:21:00


국방부 장·차관, 합참의장에 이어 장정길(張正吉) 해군참모총장도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 보고를 받고도 골프를 계속 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영해를 침범한 북한 선박에 대해 최일선에서 대응할 책임이 있는 해군의 수장까지 ‘그 시간에’ 골프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은 또 한번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군 내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다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 표명 하나 없다. 오히려 국방부에서 나오는 소리는 △군에서 골프는 일반의 인식처럼 사치성 운동이 아니라 체력단련 겸 영내대기 개념이 크고 △합참의장 공관은 비화(秘話) 통신시설이 갖춰진 일과 후 시간의 지휘소이며 △문제의 6월2일 토요일은 바로 전에 있었던 합참훈련 종료에 따른 전투휴무일이었다는 등 변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 더욱이 제주해협 깊숙이 들어온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 접하고도 군 수뇌부가 골프를 계속했다는 것은 그들의 정신상태가 얼마나 풀어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고 나아가 위기대처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국방장관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 등은 보고를 접한 즉시 지휘선상으로 복귀했어야 마땅하다. 우리 해군과 북한 상선간의 교신록에 따르면, 군 수뇌부가 골프를 즐기던 바로 그 시각에 일선에선 제주해협 한복판을 휘젓고 있던 북한 선박 영군봉호에 ‘외해로 나가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국방예산에 쓰이는 것은 국가안보에 실낱같은 구멍이라도 나선 안된다는 점에 국민 모두가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최근 북한 선박의 잇따른 영해 및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물 대응’으로 일관했다. 군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근본적 원인이 어디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이 정권의 햇볕정책이 군 기강 해이에 일부 원인이 됐다면, 그런 햇볕정책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어물어물 넘길 일이 아니다. 관련자들에 대해 엄정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개혁과 쇄신은 지지부진한 반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문책 받아야 할 사람이 문책 당하지 않는 등 기강이 심하게 흐트러져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