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석유화학에 대한 자금지원 대신 경영권 포기를 선택했다.부실기업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느니 차라리 기존 투자분을 떼이고 끝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현대유화도 곧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분리돼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한빛은행은 22일 현대중공업 등 현대석유화학의 주요 대주주가 완전감자안에 동의했으며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은 아직 동의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완전감자를 실시할 경우 손실액이 6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조만간 대세를 따라 동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유화의 주주구성은 △현대중공업 49.87%(정몽준 계열) △자동차 14.99%(정몽구 계열) △건설 11.63%(구 정몽헌 계열) △산업개발 9.53%(정몽규 계열) 등으로 매우 복잡하다.
채권단은 그동안 대주주에게 완전감자와 경영권포기 아니면 4000억원의 자금지원 중 한가지를 선택하라고 요구해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 현대계열사들은 석유화학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추가자금지원 없이 기존 지분을 손해보는 선에서 끝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대석유화학의 올해 현금부족액이 1조원에 이르는 만큼 완전감자후 이달말 만기가 돌아오는 협조융자 1000억원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한편 대규모 출자전환 및 신규자금지원 등 정상화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가 갖고 있는 전환사채(CB) 1500억원은 금리감면후 만기연장을, 계열사 지원금 500억원은 출자전환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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