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말 자율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형식으로 여천NCC를 공동 설립한 한화와 대림산업이 노조 파업의 수습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화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된다”며 원칙에 따른 정공법을 내세운 반면 대림은 “경찰력투입 사태는 피해야 한다”며 별도로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는 사태로 발전한 것.
이에 따라 노사협상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두 회사의 감정대립이 풀리지 않을 경우 국내 최대의 에틸렌 제조업체인 여천NCC의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림산업 이준용(李埈鎔) 회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천NCC 노조와 경찰을 설득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애쓰고 있는데 일각에서 이면합의설 등을 거론하며 좋지 않은 소리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림측에 따르면 노사협상의 결렬로 지난 주말 한화측이 경찰력 투입을 요청했지만 이회장이 물리적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경찰과 노조를 설득했는데 한화측에서 마치 노조와 뒷거래를 한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
반면 한화 관계자는 “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되 상황이 아무리 급해도 중심은 잡아야한다는 원칙에 따라 협상을 벌여왔는데 대림측이 당장의 고비를 넘기는 데만 급급해 장기적으로 회사에 부담을 주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반박했다.
한화는 그러나 “기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다 보면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고 당시에는 상황이 워낙 급박해 책임자들간에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다”며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가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양사 경영진의 감정이 나빠진 상태여서 공장이 정상 가동되더라도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화석유화학과 대림산업의 나프타분해시설을 통합해 99년말 출범한 여천NCC는 연산 135만t의 에틸렌 생산규모로 국내 에틸렌 생산량의 25%를 공급하고 있으며 빅딜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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