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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공방]"개혁 빙자, 언론을 죄인 취급"

입력 | 2001-06-22 18:27:00


여야는 22일 당 지도부가 모두 나서서 언론사 세무조사 및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조사의 적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향후 언론 자유에 미칠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반면 민주당은 과거 정권의 비리를 거론하면서 한나라당이 과연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당3역 회의에서 “정부는 천문학적 액수의 추징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 주어야 한다”며 “국민 의혹 해소 차원에서 세무조사 결과를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계가 과연 그렇게 썩었는지 국민이 의아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국가 공권력 행사엔 절제가 있어야 하며 혐의만 갖고 죄인 다루듯이 해서는 안된다”며 “이성을 찾아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에 대해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세무사찰, 신문고시 부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언론장악문건’의 시나리오대로 온 정권이 한통속이 되어 벌이는 언론 압살극”이라며 “정상적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해지자 개혁을 사칭해 애꿎은 언론을 길들이려는 사술”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23일 언론장악저지특위(위원장 박관용·朴寬用) 회의를 열어 국회 각 상임위에서 언론사 조사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와 이번 조사가 형사 사건으로 비화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또 “조세 정의니 공정 거래니 입방아를 찧고 있으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숱한 권력 비리로 법질서를 어지럽힌 이 정권이 법과 원칙을 내세워 언론 압살을 정당화하려 하다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정세균(丁世均) 기조위원장은 당4역 및 상임위원장단 회의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지구당별로 정확한 진실을 알릴 수 있도록 교육 자료를 내려보내겠다”고 보고했다.

회의가 끝난 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과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각각 ‘한나라당은 조세 행정 무력화 기도를 중지하라’ ‘탈루 행위를 덮어 주고 추징액을 깎아 주는 것이 형평성인가’ 등 세 종류의 논평을 냈다.

전 대변인은 특히 “지난 대선 당시 국세청을 동원하여 선거자금을 거두는 등 조세권을 악용했던 한나라당이 이제는 국세청의 정당한 조세권 행사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정치 공세를 펼치는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이날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당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국정의 큰 방향에서 단합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