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금강산관광 사업자금 지원인가?’
금강산관광 사업에 참여키로 한 한국관광공사가 비공식적으로 금융권에 사업 자금을 위한 대출 요청에 나서자 현대계열 지원에 지친 은행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권은 그동안 금강산 사업을 주도해온 현대아산엔 사업성을 이유로 일절 대출을 하지 않았지만 정부투자기관인 관광공사가 지원을 요청할 경우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당장 이달 말까지 북한에 2200만달러(약 290억원)의 관광대가 미납금을 해결해야 하는 등 관광공사측에 수백억원대의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광공사도 올해 330억원의 정부보조금을 지원받는 상황이어서 자체적으로는 지원여력이 없는 상태.
금강산사업 지원에서 은행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은행에 대한 이미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나 고객들은 대북 사업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보고 있다”며 “대출금이 회수되더라도 ‘대북사업 지원’ 사실만으로 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금강산사업의 사업성이 불투명한 만큼 채권회수도 확실치 않다.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관광공사가 상업적 행위를 하다 손실을 봤을 때 정부 보조금으로 이를 상환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며 “근거법에서 이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면 적절한 시기에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금강산 사업에 참여하는 만큼 은행권의 대출금이 아닌 남북협력기금으로 재원을 전액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사업에 애꿎은 은행권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의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은 금강산사업 자금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공식적으로 대출신청을 받은 바 없으며 신청할 경우 여신심사 과정을 거쳐 대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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