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실채권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던 외국계 벌처펀드(불량채권전문펀드)가 기업의 무담보여신을 대규모로 인수한 후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98년부터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대량 매입했고 이를 국내외 기관에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부실채권을 인수할 만한 자금력을 갖춘 곳이 거의 없었고 그 몫은 고스란히 외국인에게 돌아갔다.
론스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98년부터 부실채권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각종 담보 및 무담보채권을 싼값에 인수했다. 외국인은 헐값에 산 건물 토지 공장 등을 곧바로 되팔아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겼다. 당시 최대 수혜자로는 최근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타워를 인수한 론스타가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98년 9월부터 입찰에 참여해 약 7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매각 현황(단위:억원)
일자(채권종류)
장부가
낙찰가
낙찰률(%)
낙찰자
1998년9월(특별)
2,075
254
12.2
골드만삭스
1998년12월(일반)
5,646
2,012
35.6
론스타
1999년5월(특별)
7,719
1,241
16.1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1999년6월(〃)
8,534
4,236
49.6
론스타
1999년11월(〃)
7,844
1,637
20.8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1999년12월(〃)
9,317
4,085
43.8
모건스탠리 등
1999년12월(일반, 특별)
4,842
2,439
50.4
도이체방크 등
2000년5월(〃)
9,777
4,909
50.3
GE캐피털 등
2000년7월(특별)
10,933
3,216
29.4
골드만삭스 등
※주:특별채권은 법정관리 화의중인 기업.일반채권은 특별채권 이외의것(자료:자산관리공사)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을 매각할 때 무담보채권을 섞어 팔았으나 인수자들은 회수율이 낮은 무담보채권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개인대출채권은 신용정보회사 등을 통해 일부 회수가 가능했지만 기업여신채권은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상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은 출자전환과 신규자금지원 등 구조조정작업을 통해 회수율을 높여야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나머지 채권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기업여신은 국내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에 되팔아 이익을 남겼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투자은행이 경쟁적으로 국제입찰에 참여하면서 초기 30%선에 불과하던 낙찰률은 최고 77%까지 올라갔다. 부실채권을 싼값에 인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예상수익률도 많이 떨어졌고 잘못하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외국인들은 이제 장기불황을 겪으며 금융기관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