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윤리와 사회질서가 붕괴됐고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등의 기술혁명 속에 가상공간의 윤리는 물론 생명 윤리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윤리포럼-21세기 한국 사회와 윤리’참석자들은 21세기에 필요한 사회윤리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포럼은 전현직 대학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총장협의회(회장 이대순·李大淳)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했다.
‘한국윤리의 과제’라는 기조강연에 나선 김태길(金泰吉)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에 금력과 권력 등 ‘외면적 가치’가 인격 생명 학문 예술 등 ‘내면적 가치’를 압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사법제도 확립’ ‘자율적 윤리교육’ ‘시민이 참여하는 윤리운동’ 등 윤리적 실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여수(金麗壽)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보편 윤리의 전망’ 주제발표에서 “99년 유네스코가 마련한 보편윤리 초안의 지향점은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공동체적 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체적 인본주의 윤리’라고 소개했다.
‘사회교육과 윤리’라는 주제발표를 한 박영식(朴煐植) 광운대 총장은 “지난 50년 동안 문명사적 전환과 전쟁·군사쿠데타 등 정치적 변란을 겪으며 ‘윤리’보다 ‘경쟁’이 강조됐다”면서 “차별의 개념인 ‘경쟁’과 화합의 개념인 ‘윤리’를 조화시키려면 공정한 경쟁규칙 적용과 기회 부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훈(李鍾/·전 중앙대 총장) 경실련 공동대표는 ‘정치경제와 윤리’ 주제발표에서 “국가 차원에서 정치 경제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실천하는 ‘한국정치경제윤리위원회’와 ‘윤리평가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윤리포럼에서 ‘정치윤리지표’ ‘경제윤리지표’ 등을 먼저 만들 것을 제안했다.
황경식(黃璟植·서울대 교수) 한국사회윤리학회장, 이수오(李壽晤) 창원대 총장, 최인기(崔仁基) 대불대 총장, 민병천(閔丙天) 서경대 총장, 엄영석(嚴永錫) 동아대 총장 등은 토론에서 윤리의식의 붕괴에 가치관의 전도에 따른 사회병폐 등을 논의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날 새로운 윤리운동을 벌일 것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9월 이후 연말까지 매달 한차례씩 윤리포럼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전국 시도별 윤리포럼도 개설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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