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하루 30분만 자고도 끄떡없이 정상생활을 하고 있는 희한한 대학생이 있다.
전북 익산시의 원광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 3년 신용일(愼用一·24)씨. 그는 고 2때인 93년 이후 자기 마음대로 수면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군 복무기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1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신씨는 책을 보는 사이사이에 하루 2, 3번 10여분씩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게 전부다. 그것도 꼭 잠이 와서 자는 것이 아니라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일부러 눈을 붙인다는 것. 일주일동안 한숨도 자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피로를 느끼거나 수업시간에 졸아 본 적이 없다는 신씨는 겉보기에 지극히 정상적인 대학생. 키 1m66, 몸무게 55㎏으로 징병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판정을 받고 26개월간 군복무도 마쳤다.
그는 어릴 때부터 3, 4시간밖에 자지 않아 ‘잠이 없는 아이’로 통했다 한다. 중 2때 B형 간염을 심하게 앓은 뒤 인진쑥 돌미나리 등 몸에 좋다는 자연식품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채식 위주의 식이요법을 해왔다.
고 2때부터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아 남들이 자는 시간에 운동과 공부에 전념, 이리상고를 수석으로 마치고 원광보건대 경영정보과를 ‘올 A’로 졸업한 뒤 올해 초 원광대에 편입했다. 컴퓨터 부기 비서 등 5개의 자격증도 갖고 있다.
술 담배 커피는 입에 대지도 않고 아침저녁 하루 2시간 가량 조깅과 농구를 즐긴다. 특이한 것은 물을 하루에 7∼8ℓ정도 마신다는 점.
친구들은 일부러 음료에 수면제를 타 신씨에게 먹여 보기도 했으나 잠을 재우는 데 실패했고 모 방송사에서는 3일간 잠을 안 자고 동행 취재를 하다 제작진이 먼저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신씨를 면담한 전북대 의대 정신과 정상근(鄭尙根·수면의학) 교수는 “장기간에 걸쳐 수면다원검사를 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1차 소견으로는 나폴레옹처럼 짧은 시간 깊이 자는 ‘단기 수면자’의 극단적인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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