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리스, 잭 트라우트 지음/204쪽 6500원/십일월출판사▼
변화는 어디서고 일어난다. 변화는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것들과 나란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실’인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법칙들이 있다.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면 그것은 종말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그 관계로 족한 것이지 아버지가 부자이거나 가난하다는 사실에 의해 바뀌는 관계가 아니다.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가 그 사이에 돈이 개입하는 상업적 관계가 될 때 우리는 위기에 직면한다. 변화의 경영이란 인간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경영은 늘 변화만을 다루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변화 경영이 꿈과 비전 그리고 가치관과 패러다임이라는 문제들, 즉 시간에 대하여 매우 비탄력적인 요소들을 함께 다루는 이유인 것이다.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작년이지만 원서가 나온 것은 1994년이다. 격변하는 세월 속의 7년은 족히 한 세기의 간극만큼이나 큰 것이다. 지금 이 책을 꺼내든 것은 과연 한 세기 만큼이나 긴 7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불변의 법칙’이라고 주장한 것들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보고 싶은 짓궂은 충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법칙들은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들은 한 가지 가정으로부터 출발했다. 그것은 ‘인간성이란 그게 무엇인지 불분명하긴 하지만 잘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만일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루는 것이었다면 ‘불변의 법칙’이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술혁명은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켜‘뜬구름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격변의 시대에 시장에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고객이다.
고객관계란 상업적 인간관계를 말하는 것이며 마케팅은 제품과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인식을 다루는 기술이다. 저자들은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했다.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은 제품간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최고의 제품이 이길 것이라고 예상한다….이것은 환상이다. 객관적 실체란 없다. 최고의 제품이란 없다. 마케팅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고객의 마음 속에 담겨있는 인식이 전부이다. 인식만이 실체이다. 다른 모든 것은 환상이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다…. 따라서 고객의 인식 속으로 가장 먼저 뛰어 들어라. 그러기에 이미 늦었다면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하라. 일단 ‘무엇’이라고 인식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마케팅에서 가장 낭비적인 일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보려는 노력이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한 종류의 제품을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팔려고 해서는 안된다. 한 명의 고객에게 이런저런 다양한 제품을 평생에 걸쳐 최대한 많이 팔려고 노력해야 한다. 믿을 것은 고객 밖에 없다. ‘고객의 무의식을 매혹적으로 장악하는 것’으로서의 마케팅은 7년이 지난 지금 더욱 핵심적인 ‘불변의 법칙’이 되었다.
구본형(변화경영전문가·bhgoo@bhgoo.com)